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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디자이너 김남희의 취향 담은 집

 

집주인이자 공간디자이너인 김남희 씨는 이 집을 점·선·면의 집이라 표현했다.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모여 면이 되는 것처럼 벽재·바닥재 등 마감재의 컬러와 소재 그리고 군더더기 없는 가구와 소품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완성된 집이기 때문이다.

 

 

주방은 테라조 벽타일과 아일랜드 식탁의 천연석 상판 패턴을 동일하게 선택해 포인트를 주었다.

 

편리함과 효율성, 기능적 측면에서 아파트가 주는 매력은 분명하 지만 취향과 개성이 중요한 요즘 판에 박은 듯 똑같은 디자인은 어 딘가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이 생긴다. 때문에 공간디자이너 김남 희 씨가 자신의 집을 리노베이션 하면서 가장 염두해두었던 부분 은 남들이 모두 하는 것들은 배제하자는 것이 첫 번째였다.

 

“리노베이션을 하는 이유는 집 구조를 바꿔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집의 낡은 부분을 고쳐 새집 같은 분위기를 내고 싶어서가 가장 커 요. 사실 집을 구입하면서 아파트 실물을 따질 수 없었어요. 22년 이나 된 오래된 아파트이기도 하고 처음부터 리노베이션을 할 계획 이었기 때문에 크게 상관없기도 했고요. 살기 편한 집을 기본으로 다만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이 아닌 저만의 감성이 담긴 그리고 무 엇보다 집안에 들어왔을 때 ‘참 따듯한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디자인하고 싶었어요. 두 번째로 신경 썼던 부분은 바로 예산이었 어요. 남편과 상의해 정해놓은 예산에서 100만 원도 벗어나지 않 게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목표였죠.(웃음) 리노베이션이라는 게 사 실 원하는 대로 하자고 마음먹으면 원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커 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이 부분에 금액을 더 투자해야 하면 다른 부분에서 비용을 줄이면서 나름 신경을 많이 썼어요. 취해야 할 부분과 포기해야 할 부분을 과감하게 정했지요.”

 

비용적인 측면을 고려해 부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거실과 부엌, 안방 위주로 리노베이션을 진행했다. 베이스는 기존의 붉은빛이 도 는 체리목 마감재를 모두 화이트로 바꾸고 공간에 따라 바닥재 사 용을 달리했다. 부엌과 거실은 타일로, 3개의 방은 강마루를 선택 했다. 특히 부엌에서 거실과 베란다까지 이어지는 타일은 김남희 씨가 많은 고민과 시간을 들여 선택한 것 중 하나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 댁을 추억하면 참 따뜻했던 기억이 있어요. 오 래된 양옥주택이었는데 벽도 나무 패널이었고 천장도 역시 나무로 정사각형 모양이었던 기억이 나요. 그 무드를 저희 집에 담고 싶어 서 선택한 게 바로 이 바닥 타일이에요. 바닥 타일 패턴이 화려하니 대신 천장이나 벽은 차분해 보일 수 있도록 화이트 컬러를 선택했 고요.”

 

거실은 선과 조명, 가구와 소품들이 어우러져 고급 호텔 같은 무드 를 자아낸다. 특히 선의 미학이 돋보이는 공간으로 거실 새시와 벽 사이에 몰딩으로 포인트를 준 것이 시선을 끈다.

 

“처음에는 몰딩을 없애고 깔끔해 보이도록 정리하려고 했는데 몰 딩을 한 부분에 튀어나온 구조물이 철거가 되지 않더라고요. 많은 고민 끝에 그 부분을 살려 디자인적인 요소로 풀어내자고 결정했 어요. 기존의 보기 싫은 라인을 철거하고 구조물을 목공으로 덮어 몰딩으로 만들어 블랙 컬러로 칠을 해 마무리했어요. 통일감을 주 기 위해 거실과 부엌의 경계에 있는 벽에도 같은 컬러로 라인을 줬 고요. 몰딩의 외부 라인과 내부 라인의 폭을 다르게 해 둔해 보이지 않으면서 긴장감과 재미를 더했어요. 또 거실에는 몰딩과 같은 색상 의 레일 조명을 설치하니 선의 디자인 완성도가 높아지더라고요.”

 

거실이 창문이 아닌 베란다 창문에 블라인드를 설치해 베란다 역시 방처럼 아늑한 무드를 즐길 수 있다.

 

거실과 연결된 다이닝룸은 실용성과 디자인적 요소를 효율적으로 담아낸 공간이다.

 

삼면에 장을 짜넣은 것은 물론 데드스페이스가 될 수 있는 중간 부분에도 장을 두어 효율적인 수납이 가능하도록 한 드레스룸.

 

이국적인 무드의 안방은 내부 창을 철거하고 목공으로 창문 모양을 낸 가벽을 만들었다.

 

디자인 벽지로 포인트를 준 파우더룸.

 

깔끔한 디자인의 서재 겸 손님방과 화장실.

 

거실이 특별해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창문과 베란다 사이 공간의 디테일 때문이다. 보통 커튼 박스는 새시 앞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오래된 아파트다 보니 천고가 낮아 천장형 에어컨을 설치하고 나니 그에 따른 남은 잉여 공간이 생겼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커튼박 스를 새시 뒤로 설치하고, 간접조명을 커튼박스 라인을 따라 설치하 는 것이었다. 커튼은 답답해 보이지 않도록 얇은 속커튼을 달고 대 신 베란다 창문에 블라인드를 설치해 햇볕을 막을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거실은 낮에도 운치가 있지만 밤이 되면 간접조명과 은은한 패브릭이 어우러져 5성급 호텔이 부럽지 않은 무드를 자아낸다.

 

거실의 연장선상에 있는 다이닝룸은 가족 모임이나 파티 장소, 작 업실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거실 옆에 있던 방을 튼 공간으로 큰 테이블을 두고 조명을 설치해 무드를 더했다. 테이 블 뒤편에는 화이트 컬러의 수납장을 짜 넣고 수납장 중간에는 직 사각형의 공간을 만들어 발품 팔아 찾아낸 동양화를 연상시키는 대리석으로 마감해 실용성과 디자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했다.

 

따뜻하고 이국적인 분위기의 주방은 테라조 벽타일과 아일랜드 식 탁의 천연석 상판의 패턴을 동일하게 선택해 주방이 한층 넓어 보 이고 통일감이 느껴진다. 싱크대의 위아래는 물론 한쪽 벽에는 수 납장을 짜 넣고 냉장고와 정수기 등 가전제품을 매입하니 부엌이 한결 미니멀해 보인다. 주방의 베란다 쪽은 확장해 세탁실로 사용 하고 문을 달아 부엌과 분리된 느낌이 들도록 했다.

 

부부의 휴식 공간인 안방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창문 쪽이다. 기존의 체리목의 반창을 외국 주택처럼 세로로 긴 창을 내고 싶었 다는 김남희 씨. 베란다 쪽 창문까지 철거하면 비용이 워낙 많이 들 것 같아 방쪽의 내부 창만 철거하고, 대신 목공으로 창문 모양 을 만든 가벽을 세워 외부 창은 보이지 않도록 아이디어를 냈다.

 

“리노베이션은 욕심을 채우고자 하면 끝이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예산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강약 조절을 잘하는 것이 중 요해요. 한정된 예산을 적재적소에 분배해 최대의 효과를 끌어내는 것이지요. 어느 부분에 집중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그 외에는 힘을 좀 빼는 식으로요. 그러기 위해서는 나와 가족들의 라이프스타일 과 취향 등을 먼저 세심하게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저작권자ⓒ ㈜조선뉴스프레스 여성조선 2022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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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강부연 기자

사진 이종수

시공 네오스페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