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 생활문화정보 > 생활정보 | LG생활건강

깨진 그릇에 생명과 미감을 더하는 법

작성일 2022.10.21

일본에서 꽤 유명한 작가의 합과 교토에서 만들어진 도자기를 킨츠기로 수선했다. 김수미 작가만의 섬세함이 더해져 새롭게 탄생된 작품들이다.

깨진 그릇에 생명과 미감을 더하는 법

요리연구가이자 공예수집가인 김정은 선생이 전통에만 머무르지 않고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며 생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는 수공예품을 만드는 젊은 장인들을 만났다. 그 네 번째는 손상된 도자기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킨츠기 공예가인 김수미 작가다.

추억을 더한 티타임

“킨츠기한 잔을 손님들에게 내면 그릇에 담긴 추억과 킨츠기를 하는 방법이 자연스럽게 화제가 될 때가 많아요. 그래서 티타 임이 더욱 즐겁고 특별해지기도 하고요. 킨츠기 방법은 기물이 만들어진 성분과 깨진 정도에 따라 재료와 방법이 달라져요. 또 쓰임에 따라서는 더 단단하게 붙이는 작업이 필요할 때도 있고요. 도자기 제품은 깨지면 다시 흙으로 돌아갈 수 없는데 자원을 재순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킨츠키는 요즘 시대에 꼭 필요한 공예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평소 애용하는 그릇들은 실금이 많이 생겨 케시훈 금분이나 마루훈 금분으로 여러 번 수리하기도 한다. 특히 말차를 격불하는 다완의 경우는 마루훈 금분을 사용해 튼튼하게 잘 붙을 수 있는 기법으로 킨츠기 한다.

오후의 말차와 킨츠기 다완

“찻잔과 주전자 말차를 격불하는 다완의 경우 예술적인 측면과 기능적인 부분이 맞닿아야 하기 때문에 도예가들의 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작품들이 깨졌을 때 속상함은 이루 말할 수 없죠. 그런데 깨진 상처가 킨츠기를 통해 전보다 더 아름다워지곤 합니다. 깨진 그릇에 생긴 금에도 아름다움이 있다고 여기며 상상력이 더해져서인 것 같아요.”

코케다마를 담은 화기는 김수미 작가가 교토에서 지냈을 때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것으로 한국으로 가져오는 과정에서 깨져 수선한 것이다. 자주 사용하다 보니 금분이 바래 최근 다시 킨츠기 작업을 했다.

반려 식물을 담은 볼

“코케다마는 흙과 이끼, 끈을 이용해 화분 없이 매달거나 볼 등에 올려 키우는 방법이에요. 수태 볼, 행잉 볼, 이끼 볼 등으 로 불리기도 합니다. 물이끼와 흙으로 뿌리를 감싼 공이 식물에게는 살아 숨 쉬는 촉촉한 화분 역할을 하지요. 흙이나 이끼 가 그대로 드러나는 투박한 야생미와 끈으로만 장식하는 단순한 절제미가 조화를 이루는 코케다마를 킨츠기 볼에 담으니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듯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어요.”

교토에 있는 김수미 작가의 친한 지인이 보내준 일본의 옛 기물인 이마리를 킨츠기 기법으로 수선했다. 이마리와 함께 세팅된 것들은 킨츠기 수리의 주재료인 생옻과 밀가루, 토분 그리고 마키에용 세필 붓들과 순금가루, 순은가루다.

소중한 추억과 사연을 복원하는 킨츠기

“20년 전 저의 요리 선생님이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은 그릇을 킨츠기 기법으로 복원해 사용하시는 걸 보고 감동받았어요. 언젠가 꼭 킨츠기를 배우리라는 다짐이 인터넷에서 꽤 고가로 킨츠기 키트를 구매하게 했어요. 킨츠기는 단순히 도자기 수 리를 넘어서 기물에 담긴 소중한 추억과 사연을 복원하는 수리 기법이라는 게 김수미 작가의 설명이에요. 그릇은 물론 꽃병 과 오브제 등을 수선할 수 있는 킨츠기 기법은 깨진 기물을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새로운 예술 장르라고 볼 수 있어요.”

PROFILE

김수미 작가는… 일본 교토 코시하라 선생으로부터 킨츠기 공예를 사사받은 후 옻칠 공예를 공부했다. 주로 하얀 백자를 소재로 이용해 꽃병을 비롯한 차도구에 킨츠기 작업으로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현재 서울 작업실에서 킨츠기 클래스도 운영하고 있다.

진행 강부연 기자

사진 이종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