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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김이경

놀이로 아이들과 소통하며 마음을 치유하는 아동심리상담사. 놀이가 아이와 부모를 잇는 다리가 되어줄 거라 믿으며 상담실에서 많은 부모와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소장으로 <베스트베이비>, <앙쥬> 등 여러 매체에 육아 칼럼을 기고한다.

박시전

궁금증, 호기심 많은 15년차 육아지 기자. 아이 키우며 궁금한 게 생길 때면 편집회의와 꼼꼼한 취재를 거쳐 기사화하고야 마는 생활밀착형 육아 전문 에디터로 현재 <베스트베이비> 객원기자.

껌딱지 우리 아이, 언제쯤 떨어질까?

박 기자 ▶ 좀 자라면 좋아하는 친구도 생길 테고, 더 자라면 엄마 아빠 귀찮다며 방문 걸어 잠글 사춘기도 오겠지요. 하지만 그 전까지는 많은 아이들이 ‘엄마바라기’, ‘엄마 껌딱지’입니다. 언제쯤 ‘엄마 껌딱지’에서 졸업하나요?
김 소장 ▶ 아이와 엄마의 관계를 표현하는 가장 대표적인 말이 ‘애착’이지요. 애착은 애정보다 훨씬 끈끈하고 질척한 ‘무언가’입니다. ‘사랑한다’는 마음과는 또 다른 상태거든요. 아이는 원초적으로 애정을 갈구해요. 본능적으로 엄마야말로 이 낯선 세상에서 나를 먹여주고 돌봐줄 가장 힘 센 사람임을 알고 있어요. 아이와 엄마는 서로 붙었다 떨어졌다, 야단쳤다 예뻐했다, 좋았다 나빴다 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애정이라는 원재료를 애착으로 만들어갑니다. 그러다 아이 스스로 ‘세상이 살만한 곳이구나’ 싶을 때 비로소 엄마한테서 조금씩 떨어집니다. 아이가 ‘세상 살만한데?’라고 느끼려면 먼저 걷고 뛰며 스스로 자유로이 몸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해요. 문제 해결 능력도 필요하고요. 더불어 인
지 발달과 실행 능력이 함께 필요하고 무엇보다 심리적 분리, 흔히 말하는 안정적인 애착 형성이 꼭 필요하죠. 보통 이런 조건이 갖춰지는 시기를 만 3세 전후로 봐요. 아이의 성향과 기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엄마한테 착 달라붙어 지내는 껌딱지 졸업 시기도 대략 이 무렵으로 생각해볼 수 있어요.

월령에 따른 아이의 분리 과정

박 기자 ▶ 한동안 엄마한테 딱 붙어 지내던 아이가 어느 날 분리됐나 싶을 때가 있어요. 그래서 ‘이제 좀 나아졌나’ 싶으면 아니나 다를까 다시 매달리고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곤 하는데 왜 그러는 걸까요?
김 소장 ▶ 원래 분리 과정 자체가 ‘쿨’할 수가 없어요. 분리개별화 이론을 주장한 마거릿 말러라는 정신분석가는 엄마가 당장 눈앞에 안 보이더라도 아이가 엄마의 존재를 믿고 기다릴 수 있는 시기를 생후 24~30개월 무렵으로 봤어요. 그리고 그 이전까지 여러 단계를 거친다고 했지요. 그 시기를 단계별로 살펴볼께요. 우선 생후 5~6개월이면 아이는 자기와 엄마가 다른 존재라는 것을 알아가지요. 이 시기의 아이들은 마치 엄마와 공생하는 것처럼 보이던 이전 단계에서 이제 막 벗어나기 시작해요. 이 시기 아이들이 가장 많이 보이는 행동이 엄마 빤히 쳐다보기, 머리카락이나 안경 잡아당기기, 엄마 얼굴 만지작거리기예요. 엄마를 마주보며 엄마와 내가 서로 다른 존재란 걸 드디어 인식하는 거죠. ‘나와는 다른 엄마’를 자꾸 알아가고 싶은 것처럼 행동하지요. 그러다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서 엄마 품에서 떨어지는 횟수가 조금씩 늘어나요. 하지만 아직은 떨어질 준비가 덜 되어서 한참을 앞서 기어가다 엄마가 있는지 뒤돌아보며 꼭 확인을 하죠. 그리고 자기 예상대로 엄마가 있으면 환하게 웃으며 다시금 탐험을 이어갑니다. 그다음 단계에 이르면 엄마와의 분리에 강력한 전기를 마련하는 획기적인 사건이 일어나요. 바로 ‘걸음마’에요. 생후 10~15개월 무렵 아이의 표정과 행동을 보면 어쩜 그렇게 의기양양한지. 걸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엄청난 시기예요. 이때부터 아이는 본격적으로 엄마와 떨어지는 연습을 하는데 엄마 눈에는 이런 모습이 마치 ‘분리에 준비된 것’처럼 보여요. 그래서 아이를 맡기고 장시간 외출을 시도하거나 어린이집에 보내기도 하는데 대개 결과는 참담(?)하죠. 별일 없을 거라 생각하고 나갔다 돌아왔는데 아이가 동네방네 떠나갈 정도로 울면서 난리를 치더라는 얘기를 듣게 되는 것도 바로 이 무렵입니다.

박 기자 ▶ 아이 입장에서는 배신(?) 당한 느낌이겠어요. 늘 일정 반경 안에 보였던 엄마가 갑자기 없으니 세상만사 다 잃은 것 같겠네요.
김 소장 ▶ 맞아요. 엄마의 기대와는 달리 아이 입장에서는 아직 준비가 덜 된 거죠. ‘분리냐, 의존이냐’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 앞에 선 아이는 갈등을 합니다. 방해받지 않고 달려 나가고 싶은 고집이 심해지는 한편, 아직 혼자 해낼 수 없는 것이 많아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든요. 게다가 머리와 손은 앞서가는데, 두 발의 속도는 따라가지 못하는 불균형한 상태예요.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우다다다 달려 나갔다가 순간 불안해져 괜히 엄마에게 돌아와 칭얼대곤 하죠. 이런 갈등은 엄마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지며 좋은 이미지가 탄탄하게 쌓이고 언어 능력, 인지 능력이 발달하면서 점점 줄어듭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게 완성되는 시점에 드디어 분리 독립 단계로 들어가지요.

애착 인형, 애착 이불에 대해 알아야 할 것

박 기자 ▶ 아이의 ‘애착’ 문제를 다룰 때 항상 옵션처럼 따라붙는 부주제가 인형, 담요 같은 애착물인데요. 보통 이런 애착물이 엄마에게서 독립해가는 과정에 아이에게 힘을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해요. ‘잠시 엄마를 대신해주는 친구’랄까요. 늘 들고 다니며 물고 빠는 인형이나 담요 하나쯤 안 가져본 아이는 아마없을 거예요. 하지만 지나치게 집착하면 부모 입장에선 참 괴로워요. 어딜 가든 들고 다녀야 하고 그러다 보면 잃어버리는 일도 종종 있고요. 그래서 똑같은 걸 서너 개 샀다는 집도 꽤 있어요. 애착 인형이 한정판이라 더 구할 수도 없다며 난감해하기도 하고요.
김 소장 ▶ 애착물로 가장 유명한 건 만화 <피너츠>에 나오는 라이너스의 담요일 거예요. 많은 아이들이 자기만의 ‘담요’를 갖고 있어요. 라이너스처럼 블랭킷이기도 하고 인형, 손수건, 베개일 수도 있죠. 대개 부드러운 물건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런 애착물은 마치 엄마 품처럼 포근한 느낌을 줘요. 게다가 익숙한 체취 덕분에 안정감도 얻을 수 있고요. 이런 물건들이 애착 아이템이 되는건 대개 비슷한 과정을 거쳐요. 잠을 자다 깨어보니 종종 옆에 엄마가 없는 순간을 경험하게 돼요. 엄마가 없지만 잠결이라 본인도 어쩔 도리가 없을 때가 많은데 이때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가까이 있는 이불이나 베개를 끌어안고 몸에 두르곤 해요. 부드러운 촉감이 엄마를 대신해 자기를 위로해주는 것 같죠. 이와 비슷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인형이나 이불 등에 더욱 애정을 갖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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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기자 ▶ 아이가 독립하기 위한 일종의 ‘통과의례’라고 여기면 되겠어요. 하지만 대여섯 살이 넘도록 집착한다거나 애착 인형이 없을 때 심하게 초조해하는 아이도 있어요. 부작용을 각오하더라도 뺏어야 되나 고민도 되죠.
김 소장 ▶ 애착물은 엄마에게서 독립하는 불안한 시기에 아이를 위로해 줘요. 그러니 어떤 경우라도 애착물을 금지하진 마세요. 애착물은 아이가 엄마와 분리하기 위해 ‘성장’이라는 다리를 건널 때 손을 잡아주는 동반자거든요. 엄마와 떨어져 있을 때 엄마를 대신해 유대감도 느끼고 불안감도 다스려주니까요. 다만 아이가 부모에게 돌봄을 충분히 받지 못하거나 애착을 쌓지 못한 상태에서 불안감을 느끼고 그런 이유로 특정 대상물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거라면 아이의 상태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이런 경우 애착이나 심리적인 문제가 ‘대상물’에게로 대체되어 나타난 것이므로 ‘관계’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하거든요.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보면 도움이 될 거에요. 하지만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애착 대상물이랑 비슷한 종류의 다른 인형을 아이와 함께 고른 다음 한데 모아놓고 인형놀이를 하는 식으로 아이의 관심을 다각도로 분산시키는 것도 좋아요. 그리고 나중에 대상물에 대한 집착이 좀 덜해졌다 싶으면 졸업식을 시켜주는 식으로 작별하는 것도 괜찮고요. 예쁜 상자에 담아 비밀 장소(높은 곳, 서랍장)에 보관하는 일종의
작별 의식을 가져보는 거죠. 아이는 앞으로 더 많은 것들과 관계를 맺으며 씩씩하게 세상을 살아갈 거예요. 그렇기에 애착물과의 작별은 모든 아이들이 받아들여야 할 운명이지요. 그렇다고 애착물의 존재가 전혀 의미 없다고 할 수는 없어요. 어느 한 시기 동안 아이의 소중한 친구이자 버팀목이 되어주었으니까요. 그러니 꼬질꼬질한 애착물을 너무 미워하지 마시고 내 아이의 귀여운 친구라 여겨주세요. 나중엔 ‘그땐 그랬지’하며 다 소중한 추억이 될 테니까요.

plus tip 우리 아이가 껌딱지라면?

1. 정공법으로 나간다 엄마가 어디 가는지, 어디에 있는지 사실대로 알려준다. 처음에는 떨어지기 힘들어도 믿음이 생기면 이후 분리불안이 심해지지 않는다.
2. 양육자가 자주 바뀌지 않게 하자 어쩔 수 없이 양육자가 여럿이라면 함께있는 동안 많이 안아주고 눈을 맞추며 주 애착 대상자가 엄마임을 알게한다.
3. 다양한 버전의 까꿍놀이는 아이의 애착을 든든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불 속에서 나타나기, 숨바꼭질, 보물찾기 등은 엄마 아빠가 잠깐 눈앞에서 사라져도 다시 나타난다는 믿음을 주는 효과적인 애착놀이다.
4. 아이의 애착물을 소중히 다루자 해졌다고 버리거나 꼬질꼬질하다는 등 부정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마음대로 세탁기에 넣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아이가 잠들었을 때 세탁하거나 애착물이 인형이라면 아이가 직접 목욕시키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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