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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性? 형이 제대로 알려줄게!"

작성일 2020.05.20


 

 

"우리가 자라온 시대와는 다르잖아요.

꽃망울 같은 아이들이 이 전쟁터 속에서도 아름답게 꽃을 피우길 바랍니다.

아이들이 성에 대한 중심을 잘 잡아갈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어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는 평범한 소년 케니. 어느 날 무료 백신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고, 그 노트북으로 어떤 영상을 보며 자위를 한다. 이때부터 지옥이 시작된다. 누군가 그 장면을 모두 녹화했으며, 자신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한다. 케니는 지시를 따르다가 범죄에 연루돼 파멸로 치닫는다. 그럼에도 결국 영상은 유포되고, 그의 가족은 깊은 실의에 빠진다.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미러〉의 주인공 케니의 이야기는 지금도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케니와 같은 ‘몸캠’ 피싱 발생 건 수는 2015년 102건에서 2018년 1406건으로 3년만에 약 14배 증가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이 범죄는 클릭한 순간 방도가 없다. 문제는 어른들도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당하는 상황에서 우리 아이들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성교육 업체 와이미(whyme)의 이시훈 강사는 “우리와 다른 환경에서 자라는, 요즘 아이들에게 맞는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스케줄러 속 일정이 빼곡할 만큼 학부모들이 앞다퉈 찾는 인기강사다. 우리나라 성교육 대중화에 기여한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1세대 구성애 푸른아우성 대표가 있다. 2세대는 손경이 관계교육연구소의 손경이 대표와 구성애 대표로부터 교육받은 후임 강사들이다. 이시훈 강사는 3세대로, 그 교육법도 달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른들은 ‘성? 크면 다 알게 돼’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세대는 가능했어요.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달라요.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기기와 동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모모세대(More Mobile Generation)는 유튜브를 중심으로 과도한 정보에 노출돼 있습니다. 성을 돈벌이에 이용하는 영상도 쉽게 접할 수 있죠.”


단적으로 1~2세대 성교육 강사는 부모들에게 아들의 방에 좋은 휴지를 넣어두라고 권하는 내용을 가르쳤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성교육을 받고 자란 3세대의 생각은 다르다. 아이를 존중한다는 행동이 막상 아이들에게 수치심을 키웠기 때문이다. 더욱 이 모모세대의 은밀한 시간은 방에서 이뤄지지 않는다. 휴대전화와 이어폰을 가지고 화장실을 찾는다. 이 강사가 요즘 세대에 맞는 성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미디어 교육을 함께하는 이유다.

 

 

 

3세대 성교육 강사, 요즘 환경에 맞는 눈높이 수업
이시훈 강사는 대학에서 미디어를 전공하고 영화계에 발을 디뎠다.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를 강타하기 전, 성차별 발언은 영화계 현장 곳곳에서 대수롭지 않게 일어났다. 영화계는 사회적 부조리에 저항정신을 강하게 표출하는 곳이었지만, 실상은 젊은 청년이 감당하기엔 혼탁했다. 성인지 감수성이 예민한 그는 모순적 상황에 괴로워하다 결국 영화계를 떠났다. 이후 보건교사인 어머니의 권유로 성교육 분야로 눈을 돌린 그는 2년간 성교육 콘텐츠 관련 일을 하다 4년 전부터 성교육 강사로 활동 중이다.


교육 대상은 주로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2학년까지. 그는 성에 대한 개념이 잡혀 있지 않은 시기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방점을 둔다. 수업은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자아이들 4~6명이 한 팀을 이뤄 진행된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를 성에 대해 잘 아는 형에게 털어놓을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아이마다 가진 심리적 기질, 민감성, 미디어 노출 정도 등을 파악해 상담을 병행한다.


수업은 아이가 놀라지 않도록 눈높이에 맞춰 진행한다. 아이들 눈높이를 특별히 더 신경 쓰는 이유는 학부모가 성교육 강사를 찾기까지 ‘순진한 아이가 오히려 성에 눈을 뜨는 건 아닌가’ 우려하는 지점을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3세대 성교육 강사로서 그의 경험이 묻어 있다.

 

“어머니가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셨어요. 본인의 가슴을 만지게 한 적도 있는데 여성의 몸에 너무 큰 호기심을 갖지 말라고 그러셨을 거예요. 하지만 제겐 갑작스러운 직접적 경험이 좋진 않았어요. 아이들이 놀라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해요. 섹스란 용어보다 그거, 발기보다 ‘딱딱스’처럼 아이들 성 수준에 맞춰 조심스럽게 접근하려 합니다.”


그가 진행하는 성교육은 엄연한 사교육으로, 학교 성교육 현장에서 불가피하게 파생된 영역이다. 그는 학교 성교육은 스킨십, 성적 언행 등에 관한 ‘사고 예방’에 치중해 있다고 설명한다. 아이들의 정보 격차가 크고 이를 받아들이는 학부모의 시각도 다양한 만큼 보편적인 수준에서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이유다. 예민한 시기, 그는 남자아이를 위한 배려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무래도 또래 간 성 문제에서 남자아이가 가해자일 확률이 높다 보니 학교 수업은 남자아이를 누르려는 데 집중돼 있어요. 때문에 남자아이들은 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한 경우가 많아요. ‘성은 더러운 건가’ ‘나는 잠재적 가해자인가’라고 생각하며 방어기제가 작동하는 거죠. 남자아이들에 대한 배려가 좀 더 필요해요. 성인 남성이 남자아이에게 ‘야동 봤지?’ ‘털 났지?’ ‘이 정도 알잖아’라며 쉽게 이야기를 던지는데요, 이건 솔직한게 아니에요. 수치심만 키울 뿐이죠.”

 

 

 

무분별한 미디어 노출 속 중심이 필요
이시훈 강사의 수업은 보통 6개월 간격을 두고 두 차례 진행된다. 전기는 섹스 영역이다. 남녀의 신체 구조와 2차 성징에서 겪는 사정, 몽정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일상에서 발기로 뻑뻑한 통증을 느끼고 당황하기 쉬운 남자아이들에게 적절한 대처법을 설명하기도 한다. 청소년기의 발기는 시각적 자극이 아니어도 옷에 의한 마찰이나 수업시간에 졸다가 일어날 수도 있다. 아이들은 갑작스러운 신체 변화에 당황해 누르기 바쁜데, 그건 음경조직상 염증이 생기거나 백막이 파열될 수도 있는 잘못된 방법이라고 일러준다. 아무리 동성끼리라도 낯 뜨거울 법한 이야기인데 그는 “이 정도면 귀여운 주제”라고 말한다. 적나라한 사회 현실을 알려주는 후기 수업에 비하면 정말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어서다.

 

후기 수업은 젠더 영역, 좀 더 실질적으로 들어간다. 음란물, 이성교제, 피임과 책임 등을 비롯해 아이들이 범죄에 연루될 수 있는 성매매, 몸캠, 데이트 폭력 등을 다룬다. 이때는 성과 미디어를 결합해 수업을 진행한다. 광고 수익 때문에 ‘어그로(관심)’를 끌어 현상을 조작하는 유튜버의 진실, 카메라 구도나 연출된 상황의 이면, 결코 여론이 아닌 댓글 내용을 설명함으로써 아이들이 중심을 갖고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최근 사회 문제가 되는 성관계 몰카를 보고 아이들은 한국 야동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성에 대한 기준이 없는 아이들은 ‘리얼하네’라고 생각할 수 있거든요. 저는 클릭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영상 속 여성은 이웃에서 나와 같이 숨 쉬는 존재로, 피해자임을 알려줘요. 아이들이 피해 여성의 아픔을 공감하고, 범죄라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이 강사는 교육 시 상담에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아이들이 어떤 성 고민을 갖고 있는지, 성에 대한 감정이 어떤지를 알아야 성에 대한 바른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만 전달해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지론. 미디어와 성이 결합된 현실에서 올바른 성 개념을 정립해야 건강한 성 문화도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믿는다. 수업이 끝나면 학부모 상담도 이어진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가 험난한 세상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 걱정되는 건 당연합니다. 저에게는 우리 애를 구해달라는 신호로 읽혀요. 우리가 자라온 시대와는 다르잖아요. 꽃망울 같은 아이들이 이 전쟁터 속에서도 아름답게 꽃을 피우길 바랍니다. 아이들이 성에 대한 중심을 잘 잡아갈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어요.”

 

 

 

 

 

성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해지는 청소년기. 몸의 변화에 당황한 아이가 부모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아빠, 엄마는 목소리부터 달라진다. “아들~ 그건 말이지” 가식적이고 불편한 분위기에 아이는 직감적으로 안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가족끼리 텔레비전을 볼 때 키스 장면이라도 나오면 어색하게 채널을 돌리기 급급한 것도 마찬가지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성은 여전히 껄끄러운 주제다. “밥 먹었어?” “숙제는 했니?”라고 일상을 공유하던 부모에게 은밀한 사생활을 털어놓는 건 자녀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부모는 아이가 성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길 바라는 것보다 건강하게 알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한 영역이다.


특히 영상을 통해 자극적인 정보에 쉽게 노출되는 요즘 아이들에겐 시대에 맞는 성교육이 필요하다. 성교육 강사는 남녀의 성징을 다루는 기본적인 생물학 지식부터 데이트 매너, 남녀관계의 책임감 등을 알려준다. 아이들이 성범죄 사건의 범행 대상이 되지 않
도록 경각심도 심어준다. 성교육 시장은 확대되는 추세다. 학교뿐 아니라 직장에서도 성폭력·성희롱 예방수업이 필수로 이뤄지고 있다. 성인들에게도 시대를 반영한 성인지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성교육 강사의 역할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올바른 성 정보와 가치관 심어주는 가이드

 

성교육 강사가 하는 일?

성에 대한 얕은 지식과 왜곡된 인식은 성인이 돼서도 부적절한 성생활을 하거나 성범죄에 연루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청소년기에 올바른 성에 대한 기틀이 필요하다. 성교육 강사는 성에 대한 생물학적 지식과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교육을 실시한다. 정보 전달과 행동지침 제공은 섹스와 젠더 영역 모두에서 이뤄진다. 교육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강사의 사명감과 책임감이 요구된다. 청소년과 성인의 성교육 외에도 부부나 커플 간의 성생활에 조언을 주기도 한다.

 

성교육 강사가 되려면?

먼저 자신의 가치관과 맞는 전문기관에서 교육 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경험해보는 것이 좋다. 법률, 해부학, 상담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며, 본인의 전공을 성교육과 결합하는 것도 특장점이 될 수 있다. 아직 성교육 국가공인자격증은 없다. 여성가족부의 성폭력전문상담원과정,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전문강사양성과정이나 민간기업에서 운영하는 성교육 상담사, 강사 자격증 코스 등을 활용하면 관련 역량을 쌓는 데 도움이 된다.

 

연봉 및 처우

대표적인 성교육 기관은 푸른아우성과 탁틴내일이 있다. 연봉은 약 3000~4000만원 수준이다. 특이점은 성교육 강사의 대다수가 여성이란 점.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남성 강사의 처우가 더 좋은 편이다. 남성 강사가 연봉도 약 1.5배가량 높다. 와이미 이시훈 대표강사의 수업료는 1회에 5~6인 기준 25만 원. 물론 인기강사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글 선수현 기자

사진 김선아

저작권자ⓒ ㈜조선뉴스프레스 톱클래스 2020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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