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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방심해선 안 되는 이유

작성일 2020.07.20

 

 

의술이 많이 발달한 지금도 암은 여전히 무서운 병이다. 그런데 똑같은 암인데도 다른 암과 다르게 환자들이 만만하게 생각하는 암이 있다. 바로 갑상선암이다. 갑상선암은 일반적으로 심각한 병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몇 해 전 갑상선암 과잉진료가 논란이 된후부터 심각하지 않은 병인데 병원에서 과도하게 진료를 한다는 주장에 완치율이 높다는 사실이 더해져 갑상선암을 마치 감기처럼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갑상선암 역시 암이다. 갑상선암의 생존율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99%까지 올랐지만 여전히 재발률이 30%로 높다. 암이 재발하면 추가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합병증도 많이 생긴다. 사망으로 이어질 확률은 높지 않지만 삶의 질을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갑상선은 목의 중간 부분에 있는 나비 모양의 장기를 말한다. 목 앞으로 튀어나온 물렁뼈의 아래쪽 기도를 감싸고 있는 내분비선이다. 여기서 갑상선 호르몬인 티록신이 분비되는데, 이는 대사 작용을 촉진하고 체온을 조절하는 기능을 맡고 있다.


갑상선암은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알려진 것은 유전적인 요인과 방사선에 많이 노출되는 경우 발병률이 높다는 것뿐이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주로 발생하는 지역은 정해져 있다. 바로 동북아시아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과 여성이다. 왜 동북아 지역 사람들이 갑상선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 걸까. 강상욱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 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는 한 가지 가설을 들어 설명했다.


“갑상선암은 정확하게 알려진 원인이 없지만 지역적으로나 인종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를 먹으면 여기 있는 요오드 성분이 갑상선으로 갑니다. 요오드 성분이 과도하게 축적되면 갑상선염에 걸리는 거죠.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한국과 일본에서 해조류 섭취율이 높기 때문에 갑상선염이 잘 생긴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런 염증이 만성적으로 생겨서 축적되면 암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유방암 다음으로 여성에게 흔한 질병, 갑상선암
갑상선암은 갑상선에 만성적인 염증이 축적되면서 발병한다. 이 염증 중 가장 많은 질환이 ‘하시모토 갑상선염’인데 이는 우리 몸의 항체가 갑상선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을 말한다. 이런 염증이 꾸준히 발생하면 암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의료기술이 발달한 것도 갑상선암의 발병률을 높이는 데 한 몫했다. 2000년도에 들어서면서 우리나라의 의학 수준은 급격하게 높아졌다. 초음파검사를 쉽게 받을 수 있게 되면서 많은 병을 초기에 발견하는 행운을 누리게 됐다. 실제로 2000년 이전과 이후의 데이터를 비교해보면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갑상선암 5년 생존율이 85~90% 정도였는데 2000년 이후부터는 99~99.5%로 늘었다. 이것은 갑상선암을 진단받더라도 거의 완치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방사선에 많이 노출되어도 갑상선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 때문에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 인근에 갑상선암에 걸린 사람이 급증했다는 속설도 있다.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사고 때와 비교했을 때 두지역의 상황이 비슷하다.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에서 제4호 원자로가 폭발한 뒤 반경 100㎞ 이내 지역에서 갑상선암을 포함한 각종 소아암의 발병률이 높아졌다. 여기서 갑상선암은 갑상선 유두암을 뜻하는데 이는 어린아이가 걸릴 확률이 거의 없는 암이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당시 이 지역의 어린아이들 중 갑상선암에 걸린 아이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외부적 요인이 갑상선암을 유발한 것이다.


“체르노빌 원전 사태 당시 이미 갑상선암과 방사선이 연관이 있고, 방사선 노출이 갑상선암의 치명적인 요인이라는 것이 보고가 됐어요. 그런데 일본 원전사고 후에는 이런 자료가 투명하게 공개된 적이 없어요. 일본 의료진들이 산발적으로 공개한 자료를 보면 후쿠시마 원전을 중심으로 소아암이 증가하고 있어요. 체르노빌 때와 마찬가지로. 사실 원전이 터졌다고 해서 바로 암이 발생하는 건 아니에요. 대개 5~10년 정도 지나야 암이 발병하고 정점을 찍는 것은 한 20년 뒤부터입니다.”


갑상선암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잘 걸리는 병이다. 갑상선암의 남성 대 여성의 비율은 1대 6이나 1대 7 정도. 지난 2019년 갑상선암 발생 빈도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암의 4위, 여성은 유방암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할 만큼 발병률이 높다. 강 교수는 “여성이 갑상선암에 더 잘 걸리는 이유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고 답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자가면역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인 갑상선염이 여성에게서 더 자주 발견되는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갑상선암은 딱히 증상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증상을 느끼고 병원에 왔을 때는 이미 암이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목에서 뭔가 만져진다, 음식을 삼킬 때 이물감이 느껴진다, 목소리가 변했다 같은 증상을호소한다. 강 교수는 “최근 갑상선암을 진단받은 사람들은 증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는 경우보다 건강검진이나 다른 검사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고 설명했다.


갑자기 피로도가 높아졌다면 갑상선암보다는 갑상선 기능에 이상이 생겼을 확률이 높다. 갑상선 기능 이상과 갑상선암은 서로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 질환이다. 갑상선 기능 이상은 갑상선에 염증이 생겨서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거나 부족하게 분비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갑상선기능항진증과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구분한다. 둘 다 세부적인 증상은 다르지만 몸이 피곤하고 아프다는 것은 같다. 기능 이상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피검사를 통해 갑상선호르몬 수치를 확인한 뒤 거기에 맞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한국인의 대다수는 예후 좋은 유두암, 사망률 높은 암도 있어

갑상선암은 분화암, 미분화암으로 나뉜다. 갑상선은 여포세포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여포세포에서 갑상선호르몬이 분비된다. 세포에서 변이가 생겨서 암이 발생하는 경우를 ‘분화암’이라고 한다. ‘미분화암’은 세포가 기존의 성질을 잃어버리고 새로운 종류의 세포로 구성되는 것을 말한다. 여포세포에서 생기는 분화암은 다시 유두암과 여포암으로 나뉜다. 이 두 가지는 분화도가 좋은 암이다. 분화도는 정상세포와 암세포가 얼마나 차이가 나느냐를 보는 기준인데 분화도가 높을수록 정상세포와 비슷한 점이 거의 없어 치료가 어려운 암이고, 반대로 분화도가 낮으면 정상세포와 비슷해 치료 예후가 좋은 암이다. 유두암와 여포암은 모두 분화도가 좋은 암이라 예후가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다.

 

우리나라 갑상선암 환자의 95%가 유두암에 속한다. 다행히도 예후가 좋은 암이라 수술만 하면 완치할 수 있다. 유두암의 생존율은 99%에 달한다. 그중 1기, 2기의 생존율은 100%에 달하고 3기와 4기의 생존율은 1기와 2기보다 아주 미세하게 생존율이 낮다. 분화도가 높아 예후가 좋지 않은 ‘미분화암’은 기존의 갑상선조직과 전혀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치료가 굉장히 어렵다. 이럴 경우 예후가 좋지 않아 전문가들도 적극적으로 치료를 권한다. 미분화암 중에 수질암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갑상선 조직이 아니라 여포세포 주변에 있는 부여포세포에 생기는 암을 말한다. 수질암은 기존의 갑상선암과 성질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예후가 상당히 안 좋은 편에 속한다. 주변에 전이되기 쉬울 뿐 아니라 림프절이나 다른 장기로 원격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 최대한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 수질암은 재발률도 다른 갑상선암보다 상대적으로 높고 사망률도 높다.


미분화암의 일종인 역형성암은 세포 자체가 갑상선 조직과 비슷한 점이 전혀 없는, 분화도가 아주 나쁜 암이다. 역형성암 진단을 받으면 대부분이 진단 후 6개월 만에 사망한다. 완치가 불가능한 암이라 수술을 받지 않고 먼저 방사선 치료와 항암치료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치료 후 종양의 크기가 많이 줄어들 경우 수술을 하게 된다. 갑상선암 환자들 가운데 치료 시기를 놓쳐서 병을 키우는 경우가 꽤 있다. 갑상선암이 과잉진료를 한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시기임에도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암은 예후가 좋든 나쁘든 계속해서 진행하고 퍼져나갑니다. 조기에 발견해서 적절한 치료로 삶의 질을 높이는 거죠. 갑상선암도 마찬가집니다. 예후가 좋은 암이라 시간적 여유가 있을 뿐이지 다른 암처럼 똑같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해요. 그런데 갑상선암은 천천히 치료해도 된다는 인식 때문에 환자가 의사에게 지켜보고 치료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아요. 의사가 환자에게 지켜보자고 말하는 것은 좋아질 가능성이 있는 경우뿐이에요.”


강 교수는 암은 나빠지고 더 진행되는 것만 있지 좋아지는 경우는 없다고 말한다. “암세포가 2~3㎜ 정도로 너무 작아서 수술이 고민되는 상황이라면 경과를 지켜보고 천천히 치료할 때도 있어요. 이런 걸 적극적 관찰이라고 하는데, 아주 초기 암인 경우에만 권하고 있어요. 이런 경우에도 적극적으로 관찰하고 항상 전문가와 상의하면서 치료해야 합니다.”



세브란스 병원 강상욱 교수


갑상선암은 다른 암과 다르게 병기를 나누는 기준이 나이이다. 55세 이전에 갑상선암에 걸릴 경우 암의 진행 과정과 상관없이 대체로 1기나 2기로 구분된다. 2기는 뼈나 폐에 전이되는 경우다. 55세 이상은 3기와 4기로 진단받는다. 갑상선 주변 임파선에 전이가 있거나 예후가 나쁜 경우도 여기에 속한다. 3기와 4기로 진단받으면 재발률도 높고 생존율도 떨어지기 때문에 수술적인 치료와 약물치료인 방사선 요오드 치료를 병행한다.


방사선 요오드 치료는 병기가 3, 4기로 진행된 경우에 반드시 필요한 치료법이다. 갑상선 조직은 일반 조직에 비해 요오드 성분을 4000배 이상 빨아들인다. 방사선 요오드 치료는 갑상선 조직의 이런 성질을 이용해 요오드에 방사선 조직이 붙어 있는 약을 섭취해 방사선이 갑상선 조직에 달라붙게 하는 원리로 치료한다. 효과가 아주 좋기 때문에 분화도가 좋은 유두암이나 여포암은 수술 후 방사선 요오드 치료를 통해 다른 장기에 전이되어 있는 암세포를 치료할 수 있다. 특히 폐와 뼈에 전이된 경우에 큰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많이 쓰인다. 다만 방사선을 이용한 치료법이라 자주 사용하면 혈액암이 생길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정해진 용량과 횟수만큼만 쓸 수 있는 치료법이다.


그렇다면 갑상선암을 미리 예방하는 방법이 있을까? 갑상선암 은 발병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어서 미리 예방하는 방법도 없다. 다만 직계가족 중에 갑상선암에 걸린 사람이 2명 이상이면 미리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게 좋다. 또한 어릴 때 소아암이나 혈액암 때문에 경부 쪽에 방사선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다면 반드시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





취재 장가현 기자

사진 이종수,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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