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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암센터 이은숙 원장 여성암 1위 유방암에 대한 오해와 진실

작성일 2020.09.18

 

 

한 해에 암에 걸리는 여성이 얼마나 될까. 2019년 말 발표된 ‘2017 국가 암 등록통계’를 보면 1년에 10만 9,963명이 암에 걸린다. 이 중 2017년에 새롭게 발생한 유방암 환자는 2만 2,230명으로 전체 여성암의 20.3%를 차지한다.


유방암 환자는 최근 10년 사이 2배가량 증가했다. 갑자기 유방암 진단을 받은 이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은 “현대 여성의 달라진 라이프스타일 때문”이라고 답했다.


“유방암에 걸리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성호르몬과 유방암의 연관성이 있다는 것은 많이들 알고 계실 겁니다. 초경을 시작하는 나이가 빨라지고 폐경은 늦춰지고 있고, 늦은 결혼과 출산율 저하, 여성이 처음으로 임신하는 연령대가 높아진 것, 모유수유가 줄어든 점 모두 유방암에 걸릴 확률을 높이는 요인입니다. 여성호르몬에 노출되는 기간이 늘어났기 때문에 유방암 환자 수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죠.”


유방암 발병 요인은 달라진 환경, 유전적 요인, 치밀유방
달라진 환경도 유방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지만 이미 알려진 것처럼 유전적인 요인도 영향을 준다. 과거에만 해도 유전적 요인으로 유방암에 걸린 환자는 5% 정도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유전자 검사 기술이 발달되니 약 10%로 늘었다.


보통 직계가족 중 2명이 유방암에 걸린 적이 있거나 유방암, 난소암에 걸린 전력이 있으면 유전자 검사를 권한다. 아버지가 췌장암이나 전립선암에 걸린 경우도 의심할 여지가 있다. 유방암을 유발하는 BRACA1과 BRACA2는 남성에게서 췌장암이나 전립선암으로 발현되기 때문이다. 암이 의심된다면 직계가족 3대의 가족력을 체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누가 어떤 병에 걸렸는지를 파악하면 자신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방을 구성하고 있는 조직 중 유선의 조직량이 많고
지방조직의 양이 적은 ‘치밀유방’이다. 치밀유방인 사람도 아닌 사람보다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

 

 


호르몬 요인과 유전 요인 외에 음주나 비만도 유방암을 유발하는 요소다. 유방을 구성하고 있는 조직 중 유선의 조직양이 많고 지방조직의 양이 적은 ‘치밀유방’이다. 치밀유방인 사람도 아닌 사람보다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여성들은 서양 여성들보다 치밀유방을 가진 사람이 많다. 특히 폐경 전 여성일수록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유방촬영술에서 치빌유방 소견이 보일 경우 보조적으로 초음파 검사를 병행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유방암 환자들은 우연히 가슴에 무언가가 만져져서 유방암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방이 작은 편이고 손의 감각이 좋아서 그런지 본인이 발견해서 오는 케이스가 많았다”며 “요즘은 유방암 검진을 꾸준히 받고 있어서 그런지 과거보다 검사로 인해 발견하는 케이스가 더 많아져서 자가진단과 검진의 비율이 반반 정도”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유방암 환자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 우리나라의 유방암 발생률은 전 연령대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미국과 비교하면 30대와 40대 유방암 발생률이 크게 높지 않다. 이 원장은 “요즘 젊은 유방암 환자가 많아진다고 하는데 60대 이상 여성의 유방암 발병률이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낮아서 젊은 유방암 환자가 더 많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방암의 병기는 종양의 크기, 전이된 림프절의 개수와 위치, 다른 장기의 전이유무로 판정한다.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았다면 수술로 종양을 제거하는 것이 먼저다. 이후 항암화학치료, 방사선치료, 항호르몬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항암치료를 먼저 한 뒤 방사선치료를 받고 필요한 경우 항호르몬치료를 병행한다. 유방암이 많이 진행되거나 바로 수술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항암치료로 종양의 크기를 줄인 다음 수술하는 경우도 있다. 

 

 

국립암센터 이은숙 원장 

 


유방암 80% 침윤성 유관암, 전이 가능성 있어
유방암의 종류를 나누는 기준은 여러 가지다. 유방 안에 머무는 양성 종양과 달리 유방 밖으로 퍼져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악성 종양이다. 유방에는 여러 종류의 세포가 있는데 이 모든 세포들이 암세포로 변할 수 있어서 유방암의 종류는 다른 암보다 훨씬 많다.


암이 기원한 세포나 침윤 정도도 유방암을 구분하는 기준이다. 유관세포에 생긴 암이 유관 기저막을 침범했을 때 ‘침윤성 유관암’, 암세포가 유관에만 있는 암을 ‘비침윤성 유관암’이라고 한다. 침윤성 유관암은 전체 유방암의 80%를 차지하는데 유관 외 기저막에도 종양이 침범했기 때문에 다른 장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 예후가 좋은 비침윤성 유관암도 암세포가 기저막을 뚫고 자라면 침윤성 유관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비침윤성 유관암은 유관세포에만 암이 생겨 ‘0기 암’으로 분류된다. 기저막에 암이 퍼진 침윤성 유관암보다 예후가 좋은 편이기 때문이다. 비침윤성 유관암을 0기 암이라고 해서 종양의 크기가 작은 것은 아니다.


“환자들 대부분이 병기를 구분하는 기준이 종양의 크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종양의 크기만으로 병기를 결정하진 않아요. 림프절의 개수와 위치,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됐는지까지 살펴서 병기를 결정합니다. ‘0기 암’인 비침윤성 유방암 환자분들이 0기 암인데 유방을 크게 떼는지 질문하는 경우가 많아요. 0기 암이라도 유관을 따라 크게 암세포가 넓게 퍼져 있을 수도 있거든요.”


유방암 진단을 받으면 면역염색 검사로 호르몬 수용체, 암유전자 등의 생물학적 표지자를 확인한다. 유방암의 성질을 평가해 치료의 방향을 결정하고 예후를 판정한다. 이에 따라 유방암을 나누기도 한다. 유방암은 크게 호르몬 수용체가 양성인 것과 음성인 것으로 나뉜다. 다양한 호르몬 수용체 중에 유방암에서 가장 중요한 작용을 하는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중 하나만 있어도 호르몬 수용체 양성으로 분류한다. 우리나라 여성 유방암의 3분의 2가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이다. 암세포를 제거하고 난 뒤에는 항호르몬요법 치료를 시작한다. 에스트로겐이나 프로게스테론이 수용체와 결합해 암세포가 커지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다.


암에 걸렸는데 세포가 호르몬에 대한 반응성을 잃어버린 경우도 있다. 허투(사람 상피세포증 인식자 수용체 2형·HER2)라든지 상피세포 성장인자에 반응하는 반응인자가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허투 수용체 양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20~30%를 차지한다. 이때는 유방암 세포에만 발현되는 수용체나 단백질, 변이유전자를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표적 치료를 한다. 이는 정상세포에 피해를 덜 주기 때문에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허투 수용체에 많이 발현된 유방암에는 허셉틴이 효과적이다.


호르몬 수용체와 허투 수용체 모두 음성인 삼중 음성 유방암도 있다. 삼중 음성 유방암은 다른 유방암에 비해 예후가 좋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제한적이다. 때문에 항암화학요법을 철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방암에 대한 속설 중 재발이 잦고 다른 장기로 전이가 쉽다는 것이 있다. 때문에 유방암 환자들의 경우 5년 완치 판정을 받기 전까지 재발과 전이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실제로 유방암이 재발되거나 다른 장기에 전이되었을 때 마치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생길 것처럼 절망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방이 작은 편이고 손의 감각이 좋아서 그런지 본인이 발견해서 오는 케이스가 많았다”며

“요즘은 유방암 검진을 꾸준히 받고 있어서 그런지 과거보다 검사로 인해 발견하는 케이스가

더 많아져서 자가진단과 검진의 비율이 반반 정도”라고 설명했다.



유방암 재발과 전이, 걱정보단 치료가 먼저
이 원장은 “유방암이 재발 위험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예후가 나쁜 폐암이나 위암에 비하면 재발이 많은 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췌장암과 폐암은 재발한 경우 보통 환자들이 1~2년 안에 사망한다. 하지만 유방암은 재발이나 전이가 있어도 평균 생존율이 3.5년이다. 5~10년씩 생존하는 환자들도 있다. 재발 위험이 있지만 다른 암에 비해서는 비교적 예후가 좋은 셈이다.



“허투 양성 유방암이나 삼중 음성 유방암은 5년 이내 재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후기에는 재발이 적은 편입니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은 5년 이내 재발은 적은데 5년 이후 재발한 케이스가 많아요. 재발과 전이는 암을 진단받을 당시 병기와 관련 있어요. 병기가 낮을수록 재발 위험도 줄어들겠죠. 재발이나 전이가 생겼다고 해도 치료를 잘 받으면 완치할 수 있어요. 간혹 환자들 중에 병이 재발되거나 전이되면 절망하고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필요 없어요. 유방암은 피부암과 갑상선암 다음으로 치료가 잘되는 암이거든요.”


재발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환자의 노력이 중요하다. 유방암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을 차단해야 한다. 평소 규칙적이고 절제된 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 요인을 차단해야 하고 적정 체중을 관리해야 한다. 균형 있는 식사를 하는 것도 중요하며 음주는 피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면서 증상을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이 원장은 재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한 환자의 사례를 들었다.


“30대에 유방암 진단을 받은 환자분이 있어요. 종양절제술을 받고 잘 회복하셔서 나중에는 쌍둥이까지 출산했죠. 그런데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워놨더니 다시 다른 쪽에 유방암이 생긴 거예요. 그래서 또 수술을 받으셨어요. 그 과정을 겪으면서 지칠 법도 한데 참 씩씩하게 견디셨어요. 그 환자의 담대한 태도에 저를 비롯한 의료진들이 감동을 받았죠. 이 환자분의 사례를 보면 재발이나 전이가 됐다고 해서 방법이 없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어요. 포기하지만 않으면 병은 치료할 수 있어요.”


다른 암환자들과 마찬가지로 유방암 환자들 역시 항암치료에서 겪는 약의 부작용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항암치료를 잘 버티는 것도 중요하지만 치료가 끝나고도 힘들어하기도 한다. 암 환자가 일상으로 복귀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피로와 무력감을 호소합니다. 가족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은 분들도 있고 재발과 전이에 대한 두려움도 있어요. 호르몬제 같은 약을 평생 복용해야 하는 부담도 있고요. 치료 때문에 실직을 해서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어요. 국립암센터에서는 암 생존자 통합지지실에서 암환자들을 돕고 있습니다. 운동요법, 영양상담, 심리상담도 하고 필요한 경우 피로클리닉이나 정신건강클리닉으로 연결해드려요. 취업이 고민인 분들에게는 고용센터를 연계하기도 하고요. 유방암 환자들의 경우 커뮤니티도 활성화되어 있어요. 혼자서 어려움을 해결하려 하지 말고 암환자를 위한 사회협동조합이나 커뮤니티에서 도움을 청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취재 장가현 기자

사진 안규림,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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