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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이자 부부, 자식이 많은

작성일 2019.04.26

최민정 주임 강태진 주임

부부만큼 특별한 인간관계가 또 있을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 부부라는 연을 맺고, 평생을 함께 기대 살아가니까. 직장 동료라는 관계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오래도록 함께 일과 꿈을 나누고 성취감도 맛보니. 강태진, 최민정 주임 부부는 그래서 참 좋겠다.
얼마만큼의 확률일까? 많고 많은 나라 중 대한민국에 태어날 확률과 많고 많은 시간대 중 동시대를 살아갈 확률이. 또 대한민국의 여러 회사 중 우리회사에서 서로 동료로 만나기가. 우리들의 관계는 실로 엄청난 확률을 뚫은 대단한 인연인 게다. 강태진 주임과 최민정 주임도 그렇게 만나 부부가 됐다. 출근해서는 품질과 제품을 키우고, 집에서는 다섯 아이를 돌보는 동료이자 부부다.

싸우다가 정든 두 사람
올해로 입사 만 20년이 된 최민정 주임. 그리고 그녀보다 나이는 세 살 많지만 까마득한 후배 강태진 주임. 결혼한 지 13년째인 지금도 아내는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며 애정을 보인다. 그 모습에 남편이 찡긋 웃는다. 물론 처음부터 이 둘 사이가 다정하진 않았다. 오래전, 강태진 주임은 최민정 주임의 잔소리가 듣기 싫었다.

“생산 라인에 올 때마다 지적을 했어요. 잔소리하는데 좋을 리 있겠습니까. ‘이 제품 생산할 때는 꼭 이렇게 해주세요’, ‘이거, 이거는 각별히 더 신경을 써주시고요…’ 저도 나름 최선을 다하는데 더 열심히, 더 잘하라니까요.”
최민정 주임도 할 말이 많다. 그녀 업무가 품질보증이니까. 특히 피부에 직접 바르는 화장품인 만큼 각별한 주의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신입사원 강태진이 일을 완벽하게 못할까봐 일부러 더 윽박도 냈다. 싸우면서 정이 든다고 했던가. 마음에서 솔솔 사랑이 싹튼 건 최민정 주임이 먼저였고, 이를 행동으로 먼저 옮긴 건 강태진 주임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특별하게 보이더라고요. 제품이 잘 생산되는지 자주 찾아와 살피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꼼꼼하지만 따뜻한 그 시선으로 저도 봐주면 좋겠더라고요. 그래서 포장실 선배들에게 여쭤봤죠. 최민정 씨 어떤 사람이냐고.”
선배들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한결같이 ‘참 괜찮은 사람’! 이 얘기를 조용히 듣던 최민정 주임도 마음을 꺼내 들려주었다.
“남편이 입사 동기들과 무리지어 가는 걸 봤어요. 근데 유독 남편만 더 도드라져 보이더라고요. ‘음…이게 뭐지… 뭐지’ 했는데 이 사람이랑 결혼하려고 그랬나 봐요.”
싸우다가 정든 두 사람은 청주공장 구성원들의 축복을 받으며, 부부의 연을 맺었다.

일과 삶의 완벽한 균형
남편은 아내의 꼼꼼함을, 아내는 일에 대한 남편의 열정을 서로 존중하고 배워나갔다. 일에서 만큼은 철저히 공적인 관계를 유지하였다. 또 자신의 행동이 혹시 배우자에게 누를 끼칠까 더욱 모범적으로 직장생활을 했다. 서로가 거울이었고, 조력자였던 셈. 품질보증실 최민정 주임의 관점에서 보는 현재 강태진 주임의 품질은 어떤지 궁금해졌다. 아주 객관적으로. “이 사람은 자기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좀 오버긴 하죠.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본인 기계만큼은 똑소리 나게 잘 챙깁니다.
모든 걸 완벽하게 세팅한 후 생산을 하니, 품질이 항상 일정하게 높게 나오죠.” 그런데 직장에서의 과분한 칭찬은 퇴근 후 과도한
잔소리의 빌미로 변한다. ‘당신이 회사에서 기계를 사랑하는 것만큼 가정에도 그래 보라고’. 장점이 단점으로 뒤바뀌는 기적의 논리요, 조금 다른 의미로 일과 삶의 균형이기도 하다. 하지만 균형을 꼭 맞춰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 그들에게는 그들을 닮은 소중한 다섯 아이가 있어서.
“결혼할 때 농담처럼 한 말이 현실이 됐어요. 그런데 제가 만약 다른 회사에 다녔다면 아이나 일 중 하나는 포기해야 했을지도 몰라요. 우리회사와 동료들의 배려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죠. 참 고마운 부분입니다.”
지난 2월 육아휴직을 마치고 품질보증실로 복귀한 최민정 주임은 다시 우리회사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있고, 그녀의 남편은 가정에서 쏟는 사랑 만큼을 그의 기계에 쏟으며 품질을 거듭 높인다. 이런 엄마 아빠를 둔 다섯 아이는 100%의 확률로 행복하겠다.

포장실에 자주 찾아와서 제품을 살피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꼼꼼하지만 따뜻한 그 시선으로 저도 봐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아내도 일에 대한 저의 열정을 배웠다고 하니, 저희 둘은 서로 조력자였던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