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겪을 수 있는 ‘코로나 블루’

일상에 잠식한 바이러스 탓에 우리가 꾸려가는 보통의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대단하고 감사한 일이었는지 깨닫는 날들의 연속이다. 코로나19가 우리 일상에 매복하면서 ‘코로나 블루(CORONA BLUE)’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국립국어원은 ‘코로나 블루’를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으로 정의한다. 이는 코로나19 확진자뿐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에 노출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다. 사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사람들의 정신 건강이 심각해진 사회적 현상에 가깝다.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백명재 교수는 “아직까지 코로나 블루에 대해 정신의학계에서 합의된 정의도 없고, 코로나 우울증도 실제 진료 현장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는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과 관련된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우울증으로 진단 내릴 수 있다면 이를 코로나 우울증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각국의 우울증·불안장애 유병률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코로나19에 따른 정신질환 문제가 전 세계에서 심화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작 이후 세계 각국에서 우울증과 불안증 발생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와 보건복지부가 공동으로 분기마다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시행하는데, 가장 최근인 올 3월 통계에 따르면 우울 위험군, 즉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는 국민이 전체 참여자 중 22.75%로 매우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전에 조사한 2018년 지역사회 건강조사에서 우울 위험군이 3.8% 정도로 집계된 것에 비해 6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특히 20대, 30대에서 우울 위험군이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그 수치는 30%를 상회한다. 우리나라는 10명 중 약 4명이 우울증 또는 우울감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토록 유병률이 높은 원인은 무엇일까. 백명재 교수는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때 함께 조사한 스트레스 요인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그는 “가장 흔한 스트레스 요인 3가지는 ‘계획했던 일들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은 경우’, ‘경제적 어려움’, ‘부정확한 정보나 가짜 뉴스로 인한 혼란’이었다. 특히 조사에 참여한 국민의 10명 중 6명은 소득이 이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며 영업시간 제한 등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등이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한다. 

코로나 블루, 스스로 진단해 보자!
코로나 블루를 스스로 진단해 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설문은 PHQ-9(우울증 진단 도구)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코로나 블루를 스스로 조사하는 자가 설문지로 사용된다. 점수가 10점을 넘는다면 코로나 블루를 의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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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점 0~4점: 우울 아님, 5~9점: 가벼운 우울, 10~19점: 중간 정도의 우울, 20~27점: 심한 우울

  없음     2~6일     7~12일    거의 매일

   0         1            2              3 

                                문항                                                                                                                                          

기분이 가라앉거나, 우울하거나, 희망이 없다고 느꼈다. 
평소 하던 일에 대한 흥미가 없어지거나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다.  
잠들기가 어렵거나 자주 깼다. / 너무 많이 잤다.             
평소보다 식욕이 줄었다. / 평소보다 많이 먹었다.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챌 정도로 평소보다 말과 행동이 느려졌다. / 너무 안절부절못해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피곤하고 기운이 없었다.                      
내가 잘못했거나,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자신과 가족을 실망시켰다고 생각했다.               
신문을 읽거나 TV를 보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일에도 집중할 수가 없었다.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했다. / 자해할 생각을 했다.    

코로나 블루 증상을 개선하려면

코로나 블루 증상은 일반적인 우울증 증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코로나 블루에서 좀 더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라면 피로와 무기력을 호소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잠을 잘 못 자는 증상의 비율도 높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 등으로 활동량이 줄고 평소의 생활 리듬이 깨지는 사례가 많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가장 흔한 우울 증상은 ‘피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블루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방역을 지키면서 산책을 비롯한 야외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과한 운동이 필요한 건 아니다. 무기력, 피로 등을 이유로 집 안에만 머무른다면 이들 증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햇볕을 쬐는 건 불면증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우리에게는 멜라토닌이라는 수면 호르몬이 있는데, 이는 낮에 햇빛을 볼 때 더욱 활성화된다. 집에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 시간에는 틈틈이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자. 백명재 교수는 “특히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평소 생활 리듬이 깨지는 경우가 많은데, 밤낮이 바뀌는 생활 피하기를 가장 강조하고 싶다.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영양제나 음식이 SNS 등에서 보이지만, 의학적으로 근거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신체 건강에 좋은 식습관이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코로나19 발생 이후로 활동량이 줄고 배달 음식, 야식 섭취가 늘어나 체중이 늘어난 이들도 많다. 이전의 체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신체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을 챙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코로나 블루를 넘어 우울증으로 진행되는 이들도 있다. 이때에는 우울증 치료가 필요하다. 백명재 교수는 “원래 건강했던 이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우울증이 시작된 사례라면 치료 효과가 더욱 좋다. 망설이지 않고 치료받기를 추천한다”고 조언한다.

MINI INTERVIEW

with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백명재 교수
“나를 돌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하는 백명재 교수는 진료 현장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꾸준히 해오던 종교 활동, 운동, 사적 모임 등을 할 수 없게 돼 정신 건강 문제가 악화한 이들을 자주 접한다.

Q 여전히 우리나라 국민들은 정신건강의학과 방문을 두려워하는데요.

예전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많았지만 요즘은 현저하게 줄어들었습니다. 실제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는 국민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지요. 온라인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검색만 해도 잘못된 편견과 오해에 대한 정보를 쉽게 만날 수

있을 겁니다.

Q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에서 환자를 만날 때 가슴에 새기는 진료 철학은 무엇인가요?

모든 진료는 진단에서 시작합니다. 정신의학도 다른 과와 마찬가지로 진단을 중심으로 치료합니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이 중요한데요. 정신과의 특성상 쉽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정확하게 진단하고자 노력합니다. 진단을 통해 치료의 방향을 정할 때는 개인에 맞는 최적화된 개별 치료가 무엇일지 고민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지만, 약물과 상담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함께 찾아보고자 노력합니다.

Q 3050 여성의 정신 건강을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진료실에서 3050 여성들을 만날 때마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가족을 비롯해 다른 사람들을 챙기느라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한다는 겁니다. 따라서 자신을 챙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루 중 잠깐이라도 온전히 본인을 위한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또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도 중요합니다. 가만히 있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몰입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필라테스 등 자신에게 맞는 운동이나 취미생활을 찾는 것도 방법이지요. 내가 무엇을 할 때 다른 걱정과 고민 없이 마음놓고 몰입할 수 있는지 확인하길 권합니다. 그리고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만날 시간이 없더라도 SNS를 통해 믿을 수 있는 친구들과 소통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됩니다. 서로 고민을 나누면서 공감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공유하며 수다를 떨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작권자ⓒ ㈜조선뉴스프레스 여성조선 2021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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