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으로 찾은 기복 없는 컨디션
마흔으로 넘어가던 해, 이유 모를 몸살을 앓았다. 바닥만 보이면 등을 대고 눕고 싶어질 정도로 몸은 축축 처졌고, 전에 없던 피부 트러블에 시달리며 얼굴까지 날로 푸석해져만 갔다. 그때 고기를 끊어보라는 엄마의 권유로 채식을 시작했다. 이후 달걀과 유제품, 생선은 먹는 소프트한 채식주의자로 살고 있다. 고기를 즐겨 먹는 편이 아니었는데도 3개월쯤 채식을 하다 보니 속이 빈 듯 헛헛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뾰루지가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몸도 한결 가뿐해지는 등 차차 변화를 느끼기 시작했던 시점이라 달걀과 두부, 콩, 생선 등 단백질 식단을 보강하며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채식을 하면서 즐겨 먹기 시작한 것이 바로 유기농 무첨가 두유. 가장 손쉽게 허기를 달래는 그녀만의 방법이다. 올해부턴 국산 콩을 사다 두유를 직접 만들어볼 계획도 세웠다. 고기를 먹지 않으면서 덩달아 끊은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설탕. 커피를 마실 때 버릇처럼 설탕 한 스푼을 듬뿍 넣어 먹곤 했는데, 커피 대신 허브차로 바꾼 다음부터 달달한 커피 뒤에 주섬주섬 단 것을 찾아 먹던 식습관이 개선됐다. ‘언제나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좋은 식재료로 만든 신선한 음식을 먹고 숙면을 취한다’는 패션 디자이너 이자벨 마랑처럼, 삶의 질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하는 그녀. 에너지 넘치는 일상을 위해 생활을 점검하고 건강한 습관을 하나씩 더하는 디자이너 정재경의 그린 식단.

Eat more Green 1 몸을 데우는 매크로바이오틱

채식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잎채소를 풍성하게 넣은 샐러드를 많이 먹었다. 그런데 잎채소는 대부분 차가운 성질을 가지고 있어 많이 먹으면 몸이 냉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몸속 밸
런스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매크로바이오틱에 관심을 갖게 됐다. 우리말로 풀어쓰면 ‘곡물 채식 장수 섭생법’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는 매크로바이오틱은 같은 채식이라도 뿌리와
열매를 이용해 몸을 따뜻하게 보하는 영양식으로 통한다. 자연요리연구가 이양지의 책을 보면서 홈 메이드 매크로바이오틱 레시피에 입문했다. 평소 뿌리와 열매를 이용한 소박한 가정
식을 즐긴다.

Eat more Green 2 밥이 되는 샐러드

채소와 유제품, 과일, 생선 등이 주식이다. 가벼운 식단에 익숙해지고 나니 국, 밥, 찌개를 챙겨 먹을 때보다 샐러드를 먹으면 몸이 가볍고 머리도 한결 맑아진다. 속 든든한 식사용 샐러드를 만들 때 자주 사용하는 재료는 메추라기 알. 완전식품인 달걀과 영양 성분이 비슷하지만 비타민 C가 부족한 메추라기 알에 채소를 더해 영양 밸런스를 맞춘 식사를 완성한다. 렌틸콩이나 쇼트 파스타를 주재료로 한 샐러드도 한 끼 대용으로 손색없다. 샐러드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치즈. 샐러드의 풍미를 더하고 칼슘을 얻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다양한 종류의 치즈를 두루 사용한다.

Eat more Green 3 건강하고 가벼운 군것질

채식을 하면서 자주 붓고 감정 기복이 심해지는 등의 현상이 개선되는 변화를 체감하기 시작했고, 먹거리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됐다. 자연스럽게 음식을 가려먹게 되었는데, 특히 주전부리나 커피, 음료 등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섭취하던 설탕을 줄인 것이 컨디션 회복에 도움이 됐다. 군것질거리가 당길 때는 포켓용 견과류로 심심함을 달래거나 채소 스틱을 즐겨 먹는다. 견과류 특유의 풍부한 고소함이나 아삭거리는 채소의 식감이 허기를 달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달달한 커피 대신 페퍼민트 티를 즐겨 마신다. 감기 몸살 기운이 있을 때 민트 티를 진하게 우려서 마시기도 하는데, 항산화 효과로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Eat more Green 4 장을 깨우는 아침밥, 저지방 요구르트

아침은 플레인 요구르트로 시작하고 점심에는 샐러드를 먹는다. 시중에서 아무것도 가미되지 않은 순수한 플레인 요구르트를 구매해 질리지 않게 토핑에 변화를 주며 다양한 맛을 즐긴다. 견과류와 말린 과일을 얹어 먹거나 블루베리 등 컬러풀한 과일이나 채소를 착즙해 색감을 더하기도 한다. 집에서 기르는 민트 잎이나 생파슬리 잎 등 허브류를 잘게 다진 후 섞어 먹는 것도 간단하지만 색다른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Eat more Green 5 맛있는 드레싱 효과

샐러드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드레싱. 가장 즐겨 먹는 드레싱은 오리엔탈 소스. 시판용 제품보다는 직접 만들어 먹는 편이다. 올리브유와 간장, 요리초를같은 비율로 섞은 뒤 참기름과 들깨, 설탕, 그리고 마지막에 라임 즙과 레몬 즙을 조금 넣으면 완성. 상큼한 맛이 당길 때는 갈아낸 오렌지에 올리브유를 넉넉히 넣고 설탕, 소금을 약간 가미해 먹는다. 유자청과 포도씨유를 반반 섞기만 해도 그럴싸한 드레싱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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