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뷰티 황금기는 스무 살 무렵이었다. 합법적으로(?) 마음껏 화장을 해도 누가 뭐랄 사람이 없는 해방감에 온갖 화장품으로 성인이 됐음을 누렸던 것 같다. 지금도 기억하건대 거의 10단계쯤은 거쳐야 ‘화장 좀 했다’ 하는 기분이 들었으니까. 어설픈 스모키 메이크업이나 어울리지도 않는 립스틱은 차치하고라도 페이스 메이크업 제품만도 비비 크림(당시에는 정말 핫했던!), 컨실러, 콤팩트 파운데이션을 기본으로 사용하곤 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웬만해선 쿠션 파운데이션 하나로 뚝딱 화장을 마친다. 이처럼 최근 수년 사이 스킨 커버 아이템의 개수가 줄어든 사람은 비단 에디터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 이유가 ‘우리 모두 세월을 역행해서’라면 좋겠지만, 좀 더 믿을 만한 근거는 바로 ‘쿠션 파운데이션’의 발명일 것이다. 워터 파운데이션의 촉촉함과 베이크트 파우더 제품의 산뜻한 마무리감을 안겨주는 이 신기한 녀석은 여성들의 화장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 일등 공신이었다. 등장과 동시에 ‘안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쓴 사람은 없다’는 호평을 받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안 써본 사람조차 없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을 정도니까.

이렇듯 완벽에 가까울 줄 알았던 쿠션 파운데이션이 치명적인 단점을 드러냈다. 범인은 ‘퍼프’였다. 과거 여성들의 주된 휴대용 화장품이었던 콤팩트 타입의 파운데이션과 달리 쿠션 파운데이션은 어디까지나 ‘액상’ 제형이다. 비약하자면 물기를 닦은 젖은 수건을 밀폐된 공간에 담아두었다 쓰고, 또 쓰는 셈이다. 게다가 온갖 오염 물질이 있는 외부에서도 우리는 쿠션 팩트를 즐겨 두드리곤 했을 터. 가끔 돋는 피부 트러블의 원인이 혹시 이 퍼프 때문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 것도 그쯤이었다. 쿠션 파운데이션 속 퍼프, 과연 안전한 걸까?

퍼프, 소재부터 파악해라
일단 이 퍼프라는 녀석을 잘 관리하기 위해선 소재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쿠션 파운데이션에 기본 내장돼 있는 푸른 빛깔의 퍼프는 ‘습식 폴리우레탄’ 소재로 만들어진 것. 매우 부드럽고 미세한 공기구멍 덕에 탄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흡수력이 뛰어나고, 한번 흡수한 내용물을 흐르지 않게 머금고 있어 액상형 파운데이션과 최고의 궁합을 보여준다. 앞서 말했듯 탄성이 뛰어나 파운데이션을 얼굴에 펴 바르듯 사용하면, 파운데이션이 퍼프에 밀려나가기 쉽다. 이 때문에 쿠션 파운데이션은 톡톡 두드리면서 바르는 방법이 정석이라고. 기본적으로 위생적인 항균 처리가 가능한데다 내구성 역시 나쁘지 않아 보통 쿠션 파운데이션 리필 1개 분량을 끝까지 사용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말. 다만 이 습식 폴리우레탄 퍼프의 내구성을 보호하기 위해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도 있다. 세척을 위해 비비거나 자주 접었다 펴는 등의 습관이 퍼프의 공기구멍을 짓이겨 유통기한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세척해서 사용하는 퍼프, 과연 안전할까
그렇다면 쿠션 퍼프를 어떻게 관리해야 옳은 걸까? 모두 궁금해할 “과연 퍼프를 빨아서 써야 하는가?”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은 일치했다. 당연히 빨아도 된다는 것. 퍼프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가볍게 세척해주면 외부 오염 확률을 낮추고 안전하게 쓸 수 있단다(혹은 피부에 닿는 느낌이 평소보다 축축하게 느껴진다면 세척이 필요하다는 것). 물론 사용하면서 내구성이 점점 떨어지기 때문에 하나의 퍼프당 2~3회 정도의 클렌징이 최대치라고. 퍼프를 세척할 때는 브러시 전용 세척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전용 제품이 마련돼 있지 않다면 클렌징 오일로 1차 세척 후 중성세제로 2차 클렌징을 해주는 방법도 있다. 물에 적신 퍼프에 소량의 클렌저를 묻힌 후 살짝 눌러주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 좋고, 이때 직접 손을 대는 것보다는 비닐 팩 등에 담아서 씻어내면 퍼프를 좀 더 오래 쓸 수 있다. 클렌저 성분이 남지 않도록 충분히 미온수에 헹궈냈다면 물기를 제거한 후 그늘진 곳에서 완전히 건조시켜 재사용하면 된다. 물론 이 같은 과정이 번거롭다면 좀 더 손쉬운 방법도 있다. 퍼프를 사용한 후 깨끗한 티슈로 (역시 누르듯이) 닦아내주는 것. 화장 후 티슈로 자주 닦아내주는 것만으로도 오염 속도가 급격히 낮아진다.물론 제아무리 세척을 잘한다 해도 퍼프가 새것처럼 돌아가지는 않는다(실제로 세척 후 파운데이션의 컬러가 퍼프 손잡이 면까지 번져 오히려 더 지저분해진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이도 있다). 최근 아이오페 등에서 특수 코팅 소재를 퍼프 앞면에 덧대 씻어내도 파운데이션이 번지지 않는 퍼프를 선보이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불편하다면 퍼프만 단독 판매하는 리필 제품을 구매한 뒤 교체하는 방법도 있다. 우리의 손을 떠날 틈 없는 스마트폰이 변기보다 세균 수치가 더 높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아름다워지기 위해 사용한 쿠션 파운데이션이 세균을 옮기는 역할을 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면, 오늘부터 좀 더 세심하게 퍼프를 들여다보는 습관을 기르는 전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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