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小確幸)’ 등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여유를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이 2030 세대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이처럼 휴식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가족 여행 스타일도 달라지는 추세. 가능한 한 많은 명소를 둘러보고 현지의 독특한 문화 체험을 즐기는 관광형 대신 맛있는 음식을 먹고, 편히 쉬고, 아기자기한 볼거리를 즐기는 ‘체험형’ 여행이 인기다. 최근엔 럭셔리한 해외보다 주말을 활용해 언제든 쉽게 떠날 수 있는 국내 여행지가 각광받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은 단연 제주다. 깨끗한 공기와 맑은 하늘, 푸른 바다, 야자수와 돌담까지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자연이 휴식과 위안을 주는 까닭이다.
그러나 어린아이를 둔 부모에게는 목적지와 관계없이 집을 떠나 며칠을 보내는 ‘여행’ 자체가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다. ‘아이의 컨디션은 괜찮을까?’, ‘비행기는 탈 수 있을까?’, ‘괜히 떠났다가 더 피로만 쌓여 돌아오는 건 아닐까?’ 하는 온갖 걱정이 따르게 마련. 만일 이런저런 고민으로 여행을 망설이고 있다면 이번 여름에는 과감하게 생각을 접고 일단 짐부터 꾸리자. 제주도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비행시간이 1시간 정도로 짧아 아이가 어려도 부담스럽지 않고 해외 여행지에 비해 챙겨야 할 짐도 간소하다. 공항을 나서자마자 보이는 이국적인 풍경에 마치 외국에 온 듯 들뜨지만 어디까지나 대한민국이니 응급 상황이 발생해도 발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 에메랄드 빛 바다부터 울창한 숲까지 눈길닿는 모든 곳이 아름다우며 아이의 연령, 성별, 취향에 따라 즐길거리도 무궁무진하다. 박물관만 해도 무려 100여 곳이 넘고 낚시, 승마, 카약 등 레저 스포츠는 물론 귤 따기, 송아지 우유 먹이기, 조개 잡기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온갖 이색 체험이 가득하다. 어디 그뿐이랴. 코끼리에 돌고래, 노루, 소, 말 등 평소 그림책이나 동물원에서만 접한 동물들을 눈앞에서 볼 수 있으니 아이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내 아이가 푸른 초원에서 한가로이 노니는 말 무리를 향해 손을 뻗는 모습, 새파란 하늘 아래 쪽빛 바다를 배경으로 까르르 웃으며 해안가를 뛰노는 모습, 제 키를 훌쩍 넘는 꽃밭 한가운데서 숨바꼭질을 하겠다며 재롱을 부리는 모습은 부모에게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과도 같은 시간이 될 것이다.
물론 설렘과 기대만 가득 안고 떠나기엔 어린아이를 동행하는 여행이 쉽지만은 않을 터. 그래도 괜찮다. 아이와의 여행이 처음부터 끝까지 행복과 웃음만 가득해야 할 필요는 없다. 그저 새로운 곳에서 아이와 나란히 보폭을 맞춰 걸으며 잠깐의 여유를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힘들고 고된 일상을 모두 잊는 소중한 힐링 타임이 될 테니 말이다.

HOT_SPOT

성산일출봉, 천지연폭포, 백약이오름…. 제주도에 유명한 명소는 셀 수 없이 많지만 어린아이를 데려가기엔 부담스러운 장소도 적지 않은 게 사실. 에디터가 직접 발로 뛰어 아이랑 함께 다녀와도 좋을 만한 곳을 취재했다. 현지인이 귀띔한 꿀팁까지 곁들인 우리 가족 모두가 즐거운 제주도 핫 스폿

브릭캠퍼스
대표적인 브릭 브랜드인 LEGOⓇ를 비롯해 옥스포드, 코비블럭 등 여러 나라의 브릭 완구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곳으로, 갤러리에는 크고 작은예술 작품 25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브릭 자동차 경주, 아트 체험, 모자이크 만들기 등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을 갖추었을 뿐 아니라 수제 브릭 버거, 브릭 케이크, 브릭 수제 빵 등 재미난 콘셉트의 먹거리를 판매하는 카페도 운영한다. 곳곳에 수유실과 기저귀교환대 등 편의시설도 잘 마련돼 있다.
위치 제주시 1100로 3045 문의 064-712-1258

국수문화거리
제주도의 대표 먹거리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고기국수. 뽀얗고 깊은 육수에 탱탱한 면발, 쫀득한 고기 고명까지 더해 그 맛이 일품이다. 가장 유명한 곳은 ‘자매국수’인데 현지인의 말을 빌리자면 “맛은 거기서 거기”라고. 아이의 컨디션을 고려할 때 맛집이라고 꼭 애써 긴 줄을 기다릴 필요는 없을 듯.
위치 제주시 삼성로 67

노루생태관찰원
제주의 명물 노루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으로 먹이 주기 체험이 가능해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계절에 따른 제주 노루의 생태와 다양한 동식물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박물관이 있으며 생태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숲길 관찰로를 따라 가벼운 트레킹을 즐겨도 좋다. 오후에는 사람도 많고 노루가 배가 불러 먹이를 잘 먹지 않을 수 있으니 가급적 오전 방문을 추천.
위치 제주시 명림로 520 문의 064-728-3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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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런팜
무료 개방인데다 해마다 6월이면 한가득 흐드러진 양귀비 꽃밭이 장관을 이뤄 필수 방문 코스로 꼽힌다. 경주마 육성을 위한 교배 지원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미니 말 ‘포니’는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주인공. 7~8월엔 샛노란 해바라기 꽃이 만발한다니 참고하자.
위치 제주시 조천읍 남조로 1660

제주마방목지
5·16도로를 타고 제주시에서 서귀포시를 향해 가다 보면 눈에 띄는 초원지대. 수십 마리의 조랑말이 풀을 뜯으며 자유롭게 뛰노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도로를 가운데 두고 양옆으로 구경하기 좋도록 나무 데크가 깔려 있으나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인 만큼 어린아이를 동반한다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편의 시설이나 휴게 공간은 따로 없으니 거점으로 삼고 잠깐 둘러보는 게 좋을 듯.
위치 제주시 516로 2480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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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니숲길 붉은오름 입구

시야에 들어오는 거라곤 온통 ‘초록’ 일색인 자연 그대로의 숲길. 시끄러운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에게 작은 힐링과 여유를 주고 피톤치드 향도 원 없이 맡을 수 있지만 아이가 어리다면 심사숙고 해봐야 한다. 길이 매끄럽지 않아 유모차를 끌기 쉽지 않고 온통 ‘풀’뿐이라 아이가 지루해할 수 있으며 화장실은 비좁은 이동식이다. 입구가 두 군데인데 주차를 편히 하려면 붉은오름 입구 쪽을 이용할 것.
위치 서귀포시 표선면 남조로 148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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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레이싱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온라인 게임 ‘카트 라이더’를 오프라인에 그대로 재현한 테마파크. 전기 카트를 타고 트랙을 달리며 곳곳에 숨겨진 아이템을 사용해 경쟁하는 증강현실 레이싱으로 신나는 배경음악이 더해져 무척 재밌다. 1인승은 140㎝, 2인승은 120㎝ 이상 탑승 가능.
위치 서귀포시 안덕면 녹차분재로 218 3층
문의 064-792-0913

로봇스퀘어
IT와 로봇을 주제로 한 전시관으로 2층에는 한동리 앞바다가 보이는 카페와 피자 가게가 있다. 다양한 로봇을 관찰 하거나 직접 조립해볼 수 있고, 무료 코딩 체험도 가능하다. 특히 LED 대형 로봇의 태권도 군무 공연과 로봇에 올라타 미사일을 쏘며 게임을 즐기는 탑승 로봇 체험이 인기. 근처 카페에 노키즈존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하니 알아두면 좋을 듯하다.
위치 제주시 구좌읍 해맞이해안로 1032
문의 064-783-0825

제주항공우주박물관
항공과 우주를 테마로 한 에듀테인먼트 시설로 다채로운 체험 시설과 유익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도슨트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유쾌한 해설을 해주고, 다양한 종류의 항공기 모형이 실제 크기로 전시되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한 편. 영유아를 위한 별도 체험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실물 항공기를 볼 수 있는 야외 항공기 전시장, 전망대, 잔디광장 등 편의시설도 많아 아이와 방문하기 좋다.
위치 서귀포시 안덕면 녹차분재로 218 문의 064-800-2000

제주공룡랜드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제주도 관람 코스 중 단연 1순위로 꼽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룡 테마파크. 곳곳에서 공룡 조형물과 발자국을 볼 수 있어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평화의광장에는 실제 크기로 재현해 무려 28m 높이를 자랑하는 브라키오사우루스가 있고, 앵무새 사파리와 미니 동물원도 관람할 수 있다. 공원 안에 유모차 길이 따로 조성되어 있으며, 36개월 미만 영아를 대상으로 유모차 대여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위치 제주시 애월읍 광령평화2길 1 문의 064-746-3060

아침미소목장
젖소와 송아지에게 우유 먹이기, 염소에게 당근 주기, 아이스크림과 치즈 만들기 등 낙농 체험이 가능한 친환경 목장. 초원에서 풀을 뜯는 젖소 떼를 배경으로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고, 너른 잔디밭에는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게끔 골대도 설치되어 있다. 무료 개방이지만 먹이주기 체험은 내부에 있는 카페에서 2000~3000원에 판매하는 먹이를 구입한 후 참여 가능하다. 중산간 지역에 위치하는데 비포장도로라 가는 길이 좁고 험한 반면 주차 공간은 제법 널찍한 편.
위치 제주시 첨단동길 160-20 문의 064-727-2545

제주조천스위스마을
알록달록한 색상의 건물 외벽과 곳곳에 그려진 벽화가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광을 자아내는 곳. 독특한 감성을 자랑하는 수공예품 편집숍과 카페, 아이스크림 가게 등 상점 앞에는 아기자기한 소품이 전시되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게 오픈 시간이 ‘주인장 맘대로(!)’라 헛걸음을 할 수 있는데, 주로 관광객이 적은 수요일에 문을 닫는다고.
위치 제주시 함와로 55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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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불빛정원
도민에 의하면 “제주도는 가게가 일찍 문을 닫는 편이라 ‘밤’에 할 일이 마땅치 않다”고. 일정 중 하루는 저녁에 이곳을 찾아보자. 아름다운 정원에 전문 작가의 불빛 조형물을 전시해놓은 야경 명소로, 실내에는 다양한 콘셉트의 스튜디오를 조명과 소품으로 꾸며놓은 ‘인생사진관’이 있어 즐거운 추억을 남길 수 있다. 현재 무료로 사진을 인화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위치 제주시 애월읍 평화로 2346 문의 064-799-6996

카멜리아 힐
동양에서 가장 큰 동백 수목원. 가을부터 봄까지 시기를 달리해 피는 80개국의 동백나무 500여 품종 6000여 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룬다. 특히 여름에는 매혹적인 수국과 산책로 곳곳에 깔린 붉은 화산송이를 볼 수 있다. 아이랑 같이 꽃향기를 맡으며 쉬기 좋은 예쁜 테이블과 벤치가 많다. 다만 주말에는 관람객이 많아 사진 촬영이 다소 어렵다고 하니 가급적 평일에 방문하길 권한다.
위치 서귀포시 안덕면 병악로 166 문의 064-792-0088

기획 김도담 기자 사진 김진섭 일러스트 이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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