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예정인 신제품들에게 “청주공장 포장연구팀으로 가자”고 하면, 모두 무서워서 벌벌벌 떤다. 그곳에 가면 깨질 때까지 두들겨 맞고, 높은 압력과 온도를 맨몸으로 견뎌야 한다. 이 가혹한 테스트를 무사통과한 제품만이 ‘LG생활건강 신제품’이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얻는다. 포장연구팀 구성원들은 도자기를 부수는 장인의 마음으로 오늘도 망치를 든다.

50℃, 60℃, 70℃ …. 포장연구팀의 한 연구원이 분석기기 안에 화장품을 넣고 열을 가한다. 적도를 지나는 컨테이너선 내부 환경을 가상해 용기의 변형 여부를 확인하는 중이다. 그 옆 기기에서는 바디워시 제품이 강한 빛에 노출돼 있다. 기존 유색 용기를 무색으로 바꿀 경우 내용물 변성이 일어나는지 체크하는 실험이다.
우리가 선보이는 제품은 동료들의 노력과 땀이다. 하지만 작은 흠결이라도 발생하면 모든 수고는 물거품으로 변한다. 오랜 세월 우리가 쌓아온 신뢰와 명성도 한순간에 ‘와장창’ 깨질 것이다. 포장연구팀은 포장과 용기에서 발생할지 모를 작은 흠결을 예방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팀이다. 그들의 여러 업무 중 대표적인 몇몇을 소개한다.

Mission 1 신제품 포장 품질 및 Safety 확보
며칠 전 인터넷에서 기쁜 뉴스를 접했다. 코카콜라와 협업한 더페이스샵 신제품이 출시 50여 일 만에 30만 개 판매를 돌파했다는 기사다. 이 제품은 해외에서도 론칭 문의가 빗발칠 정도로 성공적이다. 하지만 장욱 팀장은 빙긋 웃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신제품 평가를 하다가 립틴트 제품에서 의심 징후를 발견했어요. 패킹(와샤)이 내용물과 반응하면 변형될 가능성이 미미하지만 보였던 겁니다. 보다 완벽을 기하기 위해 패킹 사양을 전면 교체하였고, 현재 시장에서 아무 탈 없이 러닝되고 있습니다.”
신제품의 품질 불량은 걷잡을 수 없는 문제와 상흔을 남길 수 있다. 때문에 우리회사의 모든 신제품은 출시 전 반드시 포장연구팀에서 깐깐한 검수 과정을 거친다. 포장연구팀은 협력회사가 생산한 부자재들이 우리 기준에 맞게 제작됐는지 점검하고, 구조와 재질을 변경하거나 개선해 제품 완성도를 끌어 올린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Q-gate’라고 부른다.
“1/4분기 동안 신제품 약 340건이 Q-gate를 거쳐 갔어요. 그중 20%는 품질 개선의 여지가 있어 개선 후 출시했고요. 소비자안심센터 출범 이후 유해물질 기준을 강화해 재정립했고, 유해물질이 유입될 여지가 있는 부자재는 모두 기술연구원 분석 랩으로 보내 점검합니다.”
포장연구팀은 신제품뿐 아니라 제형과 부자재 변경 시에도 동일한 검증 과정을 진행해 품질과 안전에 완벽을 기한다.

Mission 2 러닝 제품의 포장 품질 개선
기존 제품의 품질 개선도 포장연구팀이 맡은 주요 업무다. 제형과 부자재에 아무런 이상이 없어도 특수한 상황에서 사용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더러 나오기 때문이다. 장욱 팀장은 ‘페리오 덴탈 쿨링 마우스 스프레이’ 사례를 들어 설명하였다.
“제품이 분사되지 않고, 물처럼 흐른다는 고객 불만이 고객상담실에 접수되었습니다. 연구원들과 모여 제품을 이리저리 뜯어봤지만, 전혀 이상이 없더라고요. 실마리는 뜻밖의 곳에서 나왔습니다. 안약을 넣을 때 무서워서 주저하는 것처럼 일부 고객들이 너무 약한 힘으로 마우스 스프레이를 눌렀던 겁니다.”
포장연구팀은 일정 수준의 압력을 받을 때까지 내용물이 전혀 나오지 않는 ‘축압식 스프레이’를 개발해 제품에 적용하였다. 이후 고객 불만은 말끔히 해소되었다. 또 그들은 불량 발생의 근원적 요인을 찾아 포장 품질을 높인다. 충격과 반복 동작에 강한 신소재 ‘폴리케톤’을 발굴해 쿠션 용기 버튼에 적용한 사
례가 대표적이다. 버튼은 품질 불량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부품이다.
인터뷰 내내 장욱 팀장은 0.01%의 확률로 발생한 에러도 서슴지 않고 ‘만성 불량’이라고 불렀다. 그 말에서 완벽한 포장과 안심 품질을 구현하겠다는 장 팀장의 강한 의지가 읽혔다.

Mission 3 핵심기술 개발과 원가경쟁력 강화
최근 화장품과 생활용품은 사용 편의성을 강조한다. 그래서 펌핑 용기나 쿠션 형태로 구현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형도 이들 용기에 담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R&D나 마케팅 조직에서 발을 구를 때, 포장연구팀이 든든한 조력자로 나선다.
“점성이 높거나 보관 중 팽창하는 제형은 포장 품질 확보가 어렵습니다. 저희는 복원이 빠르고, 토출 불량이 발행하지 않는 ‘소프트 펌프’, 기존 쿠션과 완전히 다른 구조의 ‘AC2 펌프’를 개발해 성공적으로 제품화하였습니다. 제형이 가진 한계를 포장 기술로 푼 거죠.”
포장연구팀이 보유한 높은 기술력은 품질 개선과 함께 원가경쟁력 강화에도 톡톡히 기여하였다. 사양 변경, 가공방식 변경을 통해 이룬 포장 최적화는 매년 약 50억 원의 원가를 떨어뜨린다. 전 세계, 여러 업종의 혁신 사례를 파악해 포장 기술에 접목한 결과다.
“최근 세트 제품에 신규 트레이 공법을 적용했습니다. 이 공법은 전자회사에서 주로 사용하는 트레이 제조 방식을 우리 환경에 맞게 변형한 기술입니다.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연 10억 원의 절감효과를 얻었습니다.”

Mission 4 자회사 및 해외사업 지원
다양한 형태의 소비재를 만드는 우리회사는 1990년 포장연구팀을 조직하였다. 당시 우리나라 기업 중용기와 부자재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곳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이후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포장 기술의 노하우와 내공은 두껍게 쌓였고, 그 노하우와 내공은 자회사로도 스며들었다. 더페이스샵과 제니스 등은 이미 포장연구팀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고, 포장연구팀이 만든 박스 재질 표준화 방안은 곧 코카콜라음료와 해태htb에 적용될 전망이다.
해외사업에서도 포장연구팀의 역할은 점차 커진다. 최근 유럽 시장으로 건너간 ‘빌리프’가 ‘온전한’ 모습으로 선보일 수 있었던 이면에도 포장연구팀의 가혹한 망치질이 숨어 있었다.
“컨테이너선이 적도를 지날 때 내부 온도는 60℃ 이상 올라갑니다. 그래서 수출 예정인 모든 SKU를 대상으로 가혹성 테스트를 진행하였죠. 온도를 높이자 특수 제형을 적용한 한 제품에서 접합부 탈리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현재 이 제품은 더 가혹한 조건에서도 견딜 수 있게 개선돼 국내외 시장에서 유통 중이다.

Mission 5 그린 패키징과 지적재산권 관리
최근 한국 사회는 ‘재활용 쓰레기 대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앓았다. 여러 대안이 거론됐고, 관련 업계에서는 유색 용기를 재활용이 손쉬운 투명 용기로 전환하자는 묘수를 내놨다.
우리회사는 몇 년 전부터 무색 용기 사용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왔다. 지난해에도 고객 수요가 많은 ‘엘라스틴 퍼퓸샴푸’를 무색 용기로 전환하였다. 이 제품은 큼지막한 꽃 이미지가 인쇄된 수축필름을 용기 전면에 씌워 아이덴티티를 지키는 동시에 은폐력을 높여 안정성까지 확보하였다.
투명 용기로의 전환은 1석 3조의 효과가 있다. 환경보호는 물론 부자재 비용과 환경분담금을 떨어뜨린다. 현재 포장연구팀이 관련 부서와 협업해 전환을 서두르는 이유다.
포장연구팀과의 만남을 계기로 우리회사 구성원들이 하는 일들을 곰곰이 생각해봤다. R&D 조직에서 만든 기술은 생산 조직으로 넘어가 제품으로 가시화되고, 영업조직은 이를 넘겨받아 매출이라는 성과를 만든다. 마케팅은 그사이를 분주히 오가며 윤활유의 역할을 한다. 여기까지는 금세 티가 나는 일들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포장연구팀처럼 쉬이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도 묵묵히 노력하는 조직이 많다. 이 자리를 빌려 그들의 지극한 헌신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더욱 편하고 안심할 수 있는 패키지 개발에 열중한 포장연구팀은 현재 111건의 용기 및 포장 관련 특허를 출원하였고, 그 중 54건이 등록되었다. 그간 축적한 자산을 미래경쟁력으로 잇기 위한 이러한 시도는 참 티 나게 잘한 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