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설날을 앞두고 우리회사 구성원들은 이 행사에 꼭 참여합니다. 홀몸 어르신 댁에 방문해 샴푸, 세제, 비누 등 생필품을 전하는 ‘아름다운 나눔보따리’ 행사입니다. 올해도 우리회사 구성원과 그 가족들의 사랑이 모여 꽃처럼 아름답게 피었습니다.

14년간 한결같은 마음
1월 27일 일요일. 서울은 모처럼 따뜻했습니다. 며칠째 기승을 부리던 미세먼지도 걷혀, 하늘이 말갛고 높았습니다. 그날 아침 서울 종로구 경기상업고등학교 운동장에 일찌감치 나가 이날의 주인공들을 기다렸어요. 주인공들은 8시가 조금 지나자 차를 몰고 속속 등장하였습니다.
그들의 애칭은 ‘배달천사’입니다. 우리회사와 여러 기업이 후원한 물품을 홀몸 어르신 댁으로 전하는 게 오늘의 미션입니다. 차창을 내리고 반갑게 인사하는 얼굴. 평소 회사에서 자주 뵙던 반가운 얼굴이네요. 차 안에는 그를 쏙 빼닮은 아이와 환하게 미소 짓는 배우자님도 함께 계십니다. 주말 아침, 따뜻한 이불 속 유혹을 떨치고 나온 자랑스러운 천사들입니다.
국내 홀몸 어르신 수가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고 합니다. 홀몸 어르신 중 많은 이들이 경제적 빈곤에 노출돼 있고, 심한 외로움을 겪으신다는 기사를 종종 봅니다. 1년 중 어르신들의 외로움이 유독 더 커지는 때가 명절 무렵이 아닐까요? 그래서 우리회사 구 성원들은 매년 설을 앞두고 ‘아름다운 나눔보따리’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2006년부터 14년간 이어온 따뜻한 이웃 사랑입니다.

축제 같았던 배달천사 출정식
9시가 지나자 행사장이 들썩거리기 시작합니다. 가족, 직장동료, 친구 단위로 참석한 배달천사들은 즐거운 추억을 간직하고자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습니다. 아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께 드릴 손편지를 쓰느라 바쁘고, 어른들은 보따리와 이불을 차에 싣느라 분주합니다. 봉사 활동 접수를 마친 이들은 따뜻한 커피와 간식으로 몸을 녹입니다. 언론사의 취재 열기도 뜨겁게 펼쳐집니다.
이날 행사는 여러 기업이 동참하였습니다. 각 회사 임직원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회사를 상징하는 색깔의 조끼를 입었는데요, 그런데 이게 뭐라고… 붉은색 조끼를 착용한 인원이 압도적으로 많아 흐뭇합니다. 공식행사인 출정식 사회는 SBS 손범규 아나운서가 맡았습니다. 그의 안내에 따라 대외협력부문 박헌영 상무님이 배달천사들을 응원합니다.
“하늘이 우리를 갸륵하게 여기시어, 화창한 날씨로 도와주셨습니다. 사랑과 행복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말을 실감하시는 하루가 되실 겁니다. 배달천사 여러분 모두 파이팅입니다!”
선물을 받고 기뻐하실 어르신의 모습에 잔뜩 부풀어 있던 배달천사들이 드디어 출발합니다. 행사를 주관한 ‘아름다운가게’ 간사들의 환송을 받으며 차들이 줄지어 교문을 빠져나갑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새삼 깨닫습니다. ‘나눔 활동이 이토록 신나고 행복한 거구나’. 룰루랄라~ 신나게 그 뒤를 따라갑니다. 

김태훈 팀장 가족을 따라가 보다
취재팀이 따라간 가족은 코카콜라음료 여주공장의 김태훈 팀장 가족입니다. 지난해 환경안전팀 동료들과 이행사에 처음 참여했다는 김 팀장은 가슴 벅찬 경험을 가족들과 꼭 나누고 싶어 올해도 참석하였습니다. 그들은 ‘배달천사 가족’이 되기 위해 7시 반, 자택인 강원도 원주에서 출발한 열혈 가족입니다. “원주보다 서울이 더 추운 거 같다”는 딸 한별이의 볼멘소리에 아빠는“몸은 춥지만 이제 곧 마음이 따뜻해질 거야”라는 말로 꼭 안아줍니다.
첫 번째 배달지는 성동구의 한 다세대 주택. 좁은 계단을 따라 반지하로 내려가자 김○○ 할아버지의 기척이 들려옵니다. 관절염을 앓고 계신 할아버지는 침대에 걸터앉은 채 손님들을 맞았습니다. 자식처럼 손주처럼 말벗이 되고, 대화 내내 할아버지의 다리를 주무르느라 손이 분주합니다. 준비한 선물 꾸러미를 열자 “뭐가 이렇게 많다냐?”며 할아버지가 놀라십니다. 김태훈 팀장은 그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갑니다.
“이건 저희 회사에서 만든 치약, 이건 세제예요. 요건 홍삼인데 물에 타서 드시면 더 건강해지실 겁니다.” 어르신 댁을 나오자 아들 슬찬이가 삶은 달걀 하나를 건넵니다. “할아버지가 두 개 주셨는데 나눠 먹어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은 이토록 전염성이 강한가 봅니다.
두 번째 방문한 집은 98세 김△△ 할아버지 댁. 이번에는 한별이가 아빠 몫을 대신합니다. “할아버지! 이건 손 건조하실 때 바르는 로션, 이건 목욕할 때 몸 씻는 거…담배 조금만 피우시고, 피우신 후엔 이걸로 꼭 양치하세요. 약속!”
배달을 모두 마치고 원주로 돌아가는 길. 이들의 시간은 올 때보다 많이 짧아질 듯합니다. 가는 내내 오늘 일들이 입에서 입으로 꼬리를 물고, 오늘 하루 채운 좋은 기운이 그들이 탄 차를 밀어줄 테니까요. 올해도 ‘아름다운 나눔보따리’를 빛내주신 모든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도 우리 꼭, 다시 만나요

2019 아름다운 나눔보따리 참가 수기 나누는 기쁨, 따뜻한 즐거움  글. 김설민(총무팀 권달우 대리 가족)

남편의 권유로 시작한 ‘아름다운 나눔보따리’ 봉사 활동. 올해 어느덧 3년차 배달천사가 되었습니다. 우리 가족이 처음 나눔보따리를 전달하는 날 느꼈던 약간의 긴장과 두려움이 떠오릅니다. 어르신들께 어떤 말을 건네며 선물을 전해야 할지, 혹시라도 마음이 다치시지는 않을지 걱정이 무척 많았습니다. 당시 37개월이었던 딸아이가 낯가림도 심해 조심스러웠고요. 하지만 딸은 스스럼없이 어르신 댁으로 들어가 인사도 잘하고, 애교도 부렸습니다. 어르신들께서는 무척 기뻐하셨고,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딸아이의 재롱에 미소 지으며 요구르트를 꺼내 아이 손에 쥐여 주던 한 할머니가 생각납니다. 저는 “괜찮다”며, “할머님 드시라”고 말했지만, “줄게 이거뿐이라 미안하다”며, “이거라도 받아달라”고 하셨지요…. 배달을 마치고 나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고, 오히려 우리가 더 많은 걸 받은 듯 기뻤습니다. 이듬해 설날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아이가 제게 묻더군요. “왜 올해는 할머니 만나러 안 가냐”고. 그래서 저는 “몇 밤만 자면 부산 할머니, 할아버지 보러 갈 거야”라고 생각 없이 말했습니다. 그러자 딸은 “아니~ 아픈 할머니한테 선물 주러 왜 안 가냐고~” 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제야 우리 가족이 함께한 배달천사가 생각났어요. 그 기억은 딸아이에게도 좋은 경험이었다는 걸 알고, 매년 참가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딸이 훌쩍 커서 ‘나눔보따리’의 취지에 대해 알려줬어요. 모르는 사람에게 왜 선물을 하는지, 선물은 왜 장난감이 아니라 생필품인지, 그리고 왜 이렇게 많은 아빠 회사 동료들이 배달천사로 나오셨는지….물론 아직 어린아이라 다 이해하긴 어렵겠죠? 하지만 아이는 몸으로 깨달았을 겁니다. 나눔의 기쁨과 즐거움을, 그리고 따뜻한 마음을. 매년 나눔을 통해 사랑을 배우고, 마음이 성장하는 아이로 자랄 수 있어 기쁩니다. 매년 참석하겠습니다.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