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정보

뷰티/생활/건강 각 분야별 생활속의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 합니다.

집에 들여놓으면 좋은 그림

작성일 2022.11.14

집에 들여놓으면 좋은 그림

 

집에 들여놓으면 좋은 그림

 

집에 들여놓으면 좋은 그림

 

 

네덜란드의 화가 얀 반 에이크가 활동하던 르네상스 시대 15세기 는 그림에 상징을 넣는 것이 유행이었다. 이때 주로 그려지던 종교 화뿐만 아니라 일상적 상황을 그린 그림에도 사실적인 묘사와 종 교적 의미를 연결한 상징주의가 등장한다. 얀 반 에이크의 대표작 인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도 온갖 상징들로 가득하다. 일단 신부 가 입고 있는 드레스는 녹색인데, 초록색은 희망을 상징하는 색이 라 아이가 생기길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임 신한 것처럼 배가 나와 보이기도 하지만 옷을 여러 겹으로 겹쳐 있 어서 배가 나와 보이는 것일 뿐 아직 임신한 상태는 아니라는 게 정 설이다. 침대 옆에 달린 작은 조각상은 ‘성 마가렛’인데 여성들의 수 호성인으로 임신을 관장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신랑과 신부 사이 에 있는 귀여운 강아지도 충직을 뜻하는 동물로 부부가 서로 사랑 으로 가정생활에 충실할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상징이다. 창문에 위치한 오렌지는 다산과 부를 상징하는 과일이다. 이런 상징들 은 종교적 믿음이 깔려 있기도 하지만 부나 임신 등 현실적인 개인 의 소망들이 반영된 것이다. 이런 것들이 가능했던 것은 르네상스 를 맞아 문화·경제적 호황을 누린 사람들의 관심이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종교에서 현실 세계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미술은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것으로 그 시대 사람들의 사회문화적 관심사 가 당시에 유행했던 예술 작품이나 사조에 그대로 나타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외국의 문물을 통해 새로운 세상에 눈 을 뜬 개항기 사람들의 예술 취향은 그 이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 다. 왕족이나 양반들 위주로만 돌아가던 미술시장의 주 수요층이 중인 부유층으로 옮겨가면서 생긴 변화인데 장수하고, 부자가 되 고, 출세하고, 자손을 많이 낳아 가문이 번성하는 등 현실적 욕망 을 그대로 담은 그림들이 유행하게 된다. 그런 배경 속에 당시 장승 업의 인기가 대단했다. 그는 귀한 옛 그릇과 함께 길상적인 의미를 가진 꽃, 과일, 괴석 등을 그려 넣은 ‘기명절지화’를 그려 궁중에서 민간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도교와 유교, 불교 그리고 무속신앙이 뒤섞여 만들어진 한국의 길상 문화에는 다양 한 동물과 식물들이 등장하고 저마다 뜻을 갖고 있었다. 물고기는 출세나 성공을, 호랑이는 액운을 물리치는 굳센 존재, 두루미와 거 북은 장수, 원앙은 부부금슬, 나비는 기쁨을 상징했다. 모란은 부 귀를 상징하는 꽃이었고 연꽃은 불교에서 선호하던 소재로 속세에 물들지 않은 깨끗함과 다산, 생명을 상징한다. 다양한 동식물이 그 려진 길상 그림을 총칭하는 길상도에 십장생도도 포함된다. 해, 산, 물, 돌, 소나무, 달, 불로초, 거북, 학, 사슴, 대나무, 천도복숭아 등 을 그려 넣은 ‘십장생도’는 고려와 조선에서 궁중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애용됐던 소재였다. 그렇게 옛날로 갈 것도 없다. 1980년대 우 리 집 안방의 장롱과 자개장의 그림들이 모두 십장생이나 모란 같 은 꽃들이 아니었나. 나름의 의미가 있는 줄도 모르고 예스럽다고 만 생각했었는데 이제 보니 오랜 믿음이 담긴 그림들이었다. 몇 년 전부터 이런 자개장이나 옛날 장롱들을 리폼해 활용하는 빈티지 레트로 감성이 유행하고 있다. 우리 세대에게 고루했던 것이 MZ세 대에게는 매우 신선할 수 있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그 속에 담긴 의 미들이 그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궁금하다. 그 어떤 그림들보다 우리네 삶의 염원과 그 안의 절실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에 길상 의 의미를 담은 한국의 채색화들이 민족의 소울을 품은, 가장 한 국적인 K-아트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최근 들어 부쩍 더 관심을 갖게 되는 풍수지리 인테리어도 그렇게 거부감이 들지 않게 된다.

 

고물가, 고환율로 앞으로의 경제 상황이 밝지 않은 요즘, 그 어느 때보다도 돈을 더 벌고 아니 갖고 있는 돈을 지킬 수 있는 비법이 무엇인지 관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또 팬데믹을 거치면서 가족 의 건강과 안녕을 바라는 마음이 커진 상황에서 우리는 빌 것들이 더 많아졌다. 복이나 재물을 들여온다는 달항아리는 누구나 탐내 는 아이템이다. 달항아리는 모양이 커다란 달 모양을 닮았다고 해 서 달항아리라 불리는데, 우선 두 개의 형태로 만들어 그 두 개를 붙여서 한 개의 항아리로 만든다. 그러다 보면 완전한 타원이 아닌 한쪽이 약간 볼 록하거나 삐뚤어진 형태의 비대칭의 모양 으로 만들어지는데, 단순함 가운데 흐르 는 자연스러운 변형이 우리 달항아리의 매 력이라 한다. 빌 게이츠도 소장하고 있다는 최영욱 작가의 달항아리 ‘카르마’는 의미도 남다르다. 달항아리가 세월을 겪으며 만든 흔적을 추적해 세세히 그려나간다는 그의 달항아리는 수많은 선들이 이어지고 갈라 지다 또 이어지는 우리의 인생길을 보여주 는 것이라 한다. 달항아리를 바라보고 있으 면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우리의 인생길 위 에서 겸손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인내하고, 받아들이고, 나름의 기쁨을 찾으라는 달항아리의 교훈 에 우리의 영혼도 위로받을 것 같다. 그런 마음으로 살다 보면 복도 찾아오겠지.

 

해바라기는 대표적인 풍요의 상징이다. 서양에서는 숭배를, 동양에 서는 재물, 행운, 생명의 의미를 가졌다고 한다. 해바라기 화가, 고 흐에게 해바라기의 노란색은 무엇보다 희망을 의미했다. 프랑스 남 부 아를로 거처를 옮긴 그는 고갱과 함께 작업하기를 기대하면서 고갱을 위해 작은 집을 빌려 노란색으로 페인트를 칠했다. 그리고 해바라기 꽃을 그린 그림으로 장식했다. 노란색 해바라기 그림 안 에는 고갱과의 작업에 대한 기쁨과 설렘이 함께 녹아 있다. 고흐는 불우한 삶을 살았지만 결국 역사상 최고의 화가가 되었다. 그때 그 가 그렸던 노란색 해바라기 희망들 덕분일지도 모른다. 풍요의 상 징으로서 사과는 해바라기보다 역사가 훨씬 더 깊다. 아담과 이브 와 함께 등장하는 사과는 신화에도 자주 나오는 과일이다. 황금사 과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신들에게 불로불사를 가져다주며 얻 기 힘든 것을 상징하는 존재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사과 그림으로 유명한 윤병락 작가도 “제 그림이 행복을 소환하는 매개체가 되길 바랍니다. 햇빛, 비, 바람 등 자연의 수혜 속에 결실을 맺은 사과는 수확의 기쁨이자 풍요로움의 상징입니다”라며 사과 그림을 그리는 이유를 밝혔다.

 

검은 호랑이 해였던 올해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기획한 ‘호랑이 그 림 전’을 비롯해 유독 호랑이 그림 전시회가 많았다. 호랑이는 다 른 대상과 함께 그려지면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다고 한다. 호랑이 와 용이 함께 등장하는 ‘용호도’는 용맹과 위엄을 상징하고, 호랑이 와 까치가 나오는 ‘호작도’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고 나쁜 기운을 물 리친다고 여겨 민간에서 유행했다. 호랑이 가죽 무늬를 그린 ‘호피 도’도 인상적이었는데 호랑이의 위엄과 수호의 의미가 반영되어 공 간을 장식하거나 잡귀를 쫓는 용도로 활용되었다. 호피 무늬 옷을 입고 나서면 어쩐지 전투력이 상승되는 기분이 들었는데 그게 그냥 기분 탓은 아니었나 보다.

 

이번 칼럼을 쓰면서 놀란 것은 ‘산이나 바다 그림들은 좋은 기운을 불러일으킨다’, ‘코끼리가 금전 운에 좋다’, ‘돈의 흐름에는 올빼미가 좋다’, ‘역동적인 사업 운에는 말이 좋다’ 등 세상에 기운 좋은 도상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었다. 이런 아이템들을 집안 여기저기 에 두면 대단한 복이 쏟아지려나 싶다가도 인물화나 추상화는 좋은 기운을 주지 않는 다는 말에 믿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우리 집에는 인물화가 많고 개인적으 로 추상화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물론 믿 든 믿지 않든 그것은 순전히 본인의 선택이 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너무 복잡하면 내가 봐서 좋고 마음에 드는 그림이면 좋은 기운 이 나오지 않을까…라고 믿어보는 건 어떨 까? 그렇게 말하는 것 또한 또 하나의 미신 이라고 지적하면 할 말은 없지만 말이다.

 

 

PROFILE

 

아트 디렉터 박소현은… 서울대학교 소비자아동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 MBC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해 2015년에 퇴사했다. 퇴사 후 평소 좋아하던 피아노와 미술 분야를 보다 행복하게 즐기고자 공부를 시작했고 현재는 취미로 즐기던 미술을 업으로 삶아 아트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nylover.lifestyle

 

 

저작권자ⓒ ㈜조선뉴스프레스 여성조선 2022년 11월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여성조선DB

THE WHOO LIKE A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