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스토리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도 뭉클함을 느꼈다. 사소해 보이는 일까지 귀하게 여기는 모습에서 강한 신뢰가 들었다. 끊임없이 개선해 완벽한 제품을 생산하는 모습을 보며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도 엿봤다. GSI 사이타마공장은 작지만 아름다운 보석 같은 공장이었다.

# 1. 최고를 향해 달려온 27년의 여정
에바메루는 우리회사와 공통점이 있다. 1947년 출시한 ‘럭키 크림’이 우리회사와 LG그룹의 모태가 되었던 것처럼 에 바메루는 1992년 선보인 ‘젤크림’과 함께 탄생하였다. ‘럭키크림’이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듯, 이 제품은 일본 최초의 올인원 젤크림으로 기록돼 있다. 일본 고객들은 화장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켜주는 편리함에 열렬한 지지를 보냈고, ‘보습력 좋은 부드러운 크림’이라는 호평 속에 에바메루는 승승장구하였다.
이후 창업자는 젤크림에 올인하였다. 1997년 화장품 제조업 허가를 취득한 그는 이듬해 공장을 준공하고, 최상의 제품력을 위해 일반 믹서보다 4~5배 고가인 독일제 설비를 들여왔다. 유럽에서 의약품 제조용으로 사용하는 이 믹서는 미세하고 균질한 제형 입자를 만들 수 있다.

2005년에는 현재 위치에 신규 공장을 준공하고, 제조설비와 품질관리를 의약품공장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처럼 높은 수준의 관리는 최고 품질력을 자부하는 일본 화장품 공장 중에서도 흔치 않은 케이스. 2015년 에바메루 화장품공장은 물류센터까지 구축해 거듭 도약하였다. 일본에 5,000개가 넘는 화장품회사가 있지만, 연구개발/생산/품질검사/출하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소화하는 곳은 약 2%에 불과하다.

지난 27년간 에바메루가 걸어온 역사는 최고의 품질을 위해 타협하지 않은 인내의 연속이었다. 또한 선배들이 이룩한 명성과 자존심을 계승 발전시킨 자긍심 가득한 시간이었다. 올해 1월 에바메루가 GSI(Ginza Stefany Inc.)와 합병됨에 따라 보석 같은 이 공장은 ‘GSI 사이타마공장’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부여 받았다.

# 2. 가장 순수한 정제수와 마음들
GSI 사이타마공장은 도쿄 도심에서 약 60km 떨어진 사이타마(埼玉)현 가스카베(春日部)시에 위치해 있다. 2년 전 도쿄 시내와 연결되는 고속도로가 개통돼 물류시간이 대폭 줄었고, 나리타나 하네다 공항과도 멀지 않아 수출입 환경도 좋다. 원활한 도심 및 공항 접근성은 향후 공장의 가치를 더욱 빛낼 요소다.

GSI 본사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여를 달려 사이타마공장에 도착하자 아름다운 외관이 눈길을 붙잡았다. 공장 건물 앞 인공연못은 햇살을 반사시키며 존재감을 과시했고, 건물 한쪽 외벽에 걸린 크고 작은 물방울 문양이 인상적이었다. 최은철 팀장은 연못과 원형 패턴이 ‘에바메루 젤크림’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바메루 젤크림’은 워터풀한 제품입니다. 오일 성분이 많은 일반 크림과 확연하게 다른 지점이지요. 1992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900만 개 이상 판매된 베스트 제품이고, 지난해 매출 중 약 80%가 이 제품에서 나왔습니다. 공장 곳곳에 물과 물방울을 새긴 건 최고의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다짐 같은 겁니다.”

화장품 성분 중 정제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화장품의 유효 성분을 피부 진피층 모세혈관까지 전달하며, 발림성(Texture)을 결정지어 화장품의 품질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이타마공장은 정제수 관리에도 공을 들인다. 그들은 이온교환기를 통한 일반적인 방식과 함께 세라믹 필터 과정을 한 번 더 적용해 가장 순수한 정제수를 얻는다.

최고의 제품은 충실한 기본기 위에서 피어나는 법이다. 기본에 충실해 최고를 만들겠다는 사이타마공장 구성원들의 마음은 물처럼 맑고, 순수하다.

# 3. 공장을 돌보고 마음을 닦아
의약품공장 수준으로 관리되는 생산시설 내부에서는 극한의 청결함이 느껴졌다. 바닥을 제외한 모든 면은 흰색으로 둘러싸여 있고, 밝은 조명을 받아 환히 빛났다. 눈길 닿는 모든 곳은 흠집 하나, 먼지 하나 없이 깔끔하고 반듯하였다.
‘반도체 생산도 가능한 공장’이라는 GSI의 한 관계자 말은 그리 과장된 표현이 아니었다. 실제로 이곳 생산시설은 수술실 수준의 청정도로 엄격하게 관리된다.
1층 사무실을 나와 2층 포장실과 3층 제조실까지 가는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문을 통과해야 했다. 그 사이 두 번의 손세척과 알코올 소독, 두 번의 에어샤워, 두 번의 환복을 거쳤다. 손에는 수술용 장갑이, 입에는 마스크가, 머리에는 귀까지 덮는 모자가 씌어졌다. 구역을 나누는 출입문은 모두 이중으로 설치돼 있었다. 들어온 문을 닫지 않으면 들어갈 문을 열 수 없는 구조로 만들어 오염을 차단했다.
공장 내부는 중요도에 따라 클린룸과 세미클린룸으로 철저히 구분됐다. 세미클린룸인 포장실은 일반 작업복으로 출입이 가능했지만, 클린룸으로 관리하는 충전실에 들어가려면 완전 방진복으로 갈아입어야 했다. 포장실과 충전실은 같은 층에 유리 칸막이로 구획돼 있었다. 하지만 포장실에서 충전실로 가려면 윗층으로 올라가 손세척, 알코올 소독, 에어샤워, 환복의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했다. 타카다(高田) 공장장은 엄격한 공장 관리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사이타마공장은 최고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관리 규정을 까다롭게 정하고, 철저하게 이행합니다. 물론 저희도 이러한 매뉴얼을 지키는 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직원들은 지난 20여 년간 그 일을 훌륭하게 완수하였습니다. 누가 강요한 게 아니라 최고를 만들고자 했던 우리 마음이 시킨 일이죠.”

# 4. 컨베이어 벨트 위의 장인정신
취재 당시 크림용기 제품이 생산되고 있어 작업자들을 유심히 살펴봤다. 그들은 용기세정, 충전, 밀봉, 포장 등 각자 맡은 역할이 분명했다. 하지만 자신의 공정에만 집중하지 않고, 앞 작업자의 작업 내용까지 이중 삼중으로 다시 점검하며 제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빈 용기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이동하며 완성될 때까지 작업자들의 정성도 제품 속으로 차곡차곡 빨려 들어갔다. 씨줄과 날줄이 빈틈없이 엮여 천이 되듯 관리와 관리, 정성과 정성이 크로스 되는 아름다운 작업 과정이었다.
최은철 팀장은 지난 3년간 ‘에바메루 젤크림’에 대한 고객불만 중 이물 혼입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유통 중에도 발생할 수 있는 흠집, 개인 취향 차이에 따른 향(香)에 대한 고객 의견이 연간 1, 2건 발생했다고 하였다.
사이타마공장은 작업자들이 각자 맡은 공정에서 ‘완벽한 제품’이라는 고객 믿음을 얻고자 혼신의 힘을 다한다.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꼼꼼하게 제품을 살피고, 완벽한 상태로 내놓는 그들의 장인정신을 보며 강한 신뢰가 느껴졌다.
일본의 장인정신은 전통을 소중히 여기고 지키려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또한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개선해 더 나은 것을 만들려는 정신이다. 이를 통해 얻은 긍지는 더욱 숭고한 장인정신을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진심을 다해 품질을 높이고, 새로움을 거듭 더하는 이 같은 노력으로 말미암아 최근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Made in Japan’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 5. 과거를 넘어 미래를 구축한다
우리회사는 2012년 GSI를 통해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2013년에는 현지 기업인 Everlife와 R&Y를 가족으로 맞았고, 지난해 4월에는 AVON Japan을 인수하며 일본 사업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왔다. 이제 우리회사의 일본 사업은 최첨단 생산설비와 장인정신으로 무장한 사이타마공장으로 말미암아 한 단계 더 도약할 전망이다.
우리회사는 사이타마공장을 글로벌 시장 확장의 전초기지로 삼기 위해 최근 ‘일본연구소’를 새롭게 설립하고, 또한 9월 가동을 목표로 설비 확장투자에도 들어갔다. 일본연구소에서는 한국 처방을 현지화하는 연구를 시작하여 그간 OEM으로 생산하던 일본 내 자회사들의 제품을 사이타마공장에서 생산하기 위한 제형 및 공정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9월 이후 공장 설비투자가 마무리되면 사이타마공장은 젤크림뿐만 아니라 스킨, 로션, 크림 등 모든 기초 화장품 제형에 대응하는 공장으로 탈바꿈한다.
최근 발표된 일본의 새 연호는 ‘아름다운 조화(Beautiful Harmony)’를 뜻하는 ‘레이와(令和)’다. 2019년 새롭게 출발하는 GSI 사이타마공장의 작업장 벽에도 다음과 같은 올해의 목표가 걸려 있었다.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를 구축한다’. 우리회사와 사이타마공장은 서로의 장점들을 조화롭게 나누며 ‘레이와’ 1년을 맞고 있다. 우리회사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회사, 글로벌 생활문화 기업이 되기 위해 천천히 착실하게 오늘을 다져, 더 밝은 내일로 간다.